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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김정남 살해 용의자 6명은 북한 국적"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된 북한 국적의 용의자 1명을 체포하고, 4명을 추적 중이라며 신원을 공개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3명의 조력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최소 10명이 관여한 것이다. ‘북한 배후설’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하지만 주요 용의자 4명이 지난 13일 사건 직후 출국해 평양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사가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커졌다.  | 관련기사 3·4·5면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오후 4시 쿠알라룸푸르 시내 경찰본부에서 사건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47세 북한인 리정철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오후 9시50분 잘란쿠차이라마에 있는 아파트를 급습해 리정철을 검거했다. 체포된 곳은 김정남이 숨진 쿠알라룸푸르 제2국제공항과 멀지 않은 지역이다. 리정철은 지난해 8월부터 현지에 체류하면서 한 기업체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해왔다.
 경찰은 북한 국적 용의자 리지현(33), 홍성학(34), 오종길(55), 리재남(57)이 사건 당일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어느 나라로 갔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누르 라시드 부청장은 4명 외에 북한 국적의 리지우(30)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2명이 사건 연루자로 파악돼 추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2명도 북한 국적자로 추정된다.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경찰 고위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리정철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요원으로 보이며, 경찰이 리정철의 사건 연루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리정철의 아파트가 2011년부터 북한 공작원들의 은신처로 사용돼 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출국 사실이 확인된 4명도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된다고 했으나, 경찰은 “북한 국적이라는 것만 확인됐을 뿐 그 이상의 것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지 법원은 18일 리정철에 대해 7일간의 구금을 명령했다.
 북한 국적자가 체포된 데다 나머지 용의자들도 북한 국적임이 드러나면서 북한이 개입된 조직적 범죄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달아난 4명이 범행을 계획한 주범이고, 리정철은 ‘현지책’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체포된 베트남 여권을 가진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은 이들에게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출국한 4명이 이미 평양에 도착했다는 보도도 있어, 수사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싱가포르 매체인 채널뉴스아시아 등은 고위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주요 용의자 4명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지난 17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김정남의 사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독성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측이 시신 인도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유족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