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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람들

무라카미 하루키 첫 라디오 DJ "음악과 달리기, 내 문장의 원동력"

 “나는 문장 쓰는 법을 음악에서 배웠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9·사진)가 라디오 디스크자키(DJ)로 나섰다. 무라카미가 라디오나 TV 등 방송에 출연한 것은 처음으로, 문학과 음악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육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았다.
 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카미가 DJ를 맡은 ‘무라카미 라디오-런 앤 송(Run & Song)’이 전날 저녁 7시부터 55분 간 도쿄 FM 등 전국 38개 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탔다. 무라카미는 “내 목소리를 처음 들은 분들도 분명 많을 것”이라고 인사말을 건넨 뒤 농담을 섞어가면서 경쾌한 말투로 방송을 진행했다.
 마라톤광이기도 한 무라카미는 이날 자신이 달릴 때 자주 듣는 노래 9곡을 선곡해왔다. 그는 “어려운 음악은 안된다. 단순한 리듬이 좋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을 탄 음악에는 재즈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던 음악애호가답게 독특한 색깔의 커버곡(다른 가수의 노래를 편곡해 부른 노래)이 많았다. 조이 라몬이 커버한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What a Wonderful World)’, 벤 시드런이 커버한 밥 딜런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등이 소개됐다.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反戰)곡으로 인기를 모은 에릭 버든 앤 애니멀스(Eric Burdon & Animals)의 ‘스카이 파일럿(Sky Pilot)’도 전파를 탔다. 무라카미는 “라디오로부터 이 노래가 들려오면 공기가 따끔따금한 듯한 특별한 감촉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글씨기와 음악의 관계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무라카미는 “나는 원래 문장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누군가의 소설에서 기법을 배운다기보다는 리듬과 하모니, 즉흥성을 의식해 육체적으로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매년 1회 이상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라톤에 대해선 “하체가 안정되면 상체가 부드러워진다. 그러면 문장이 잘 써지게 된다”는 특유의 지론도 펼쳤다.
 마지막곡은 차하리아스가 커버한 도어스의 ‘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 무라카미는 “만약 내가 야구선수로 메이지진구 구장에 나가면 테마곡은 이 노래다. 다만 나오라는 이야기는 없다”고 웃었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미국의 펑크록 그룹 슬라이 앤 패밀리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멤버 슬라이 스톤의 말을 인용했다. “나는 모두를 위해 음악을 만든다. 누구도, 바보도 아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 누구도 이제 바보가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는 “의외라고 할까 꽤 즐거웠다”면서 “머지 않아 또 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방송을 마무리했다. 
 열성 ‘하루키팬’들은 이날 방송에 귀를 쫑긋 세웠다. 도쿄 스기나미구에 있는 북카페 ‘6차원’에 모여 방송을 들었던 팬들은 방송이 끝나자 “속편이 있을 것 같다”고 박수를 쳤다. 한 30대 여성 팬은 NHK에 “육성을 들을 수 있어 귀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음악도 차분히 다시 듣고 싶은 곡들뿐이어서 진짜 DJ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