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이제 됐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곤란한 게 뭐냐면 모두들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목소리를 높여 알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본 자유당 공동대표인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참의원 의원(44·사진)은 지난 20일 국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카지노 신설을 허용하는 통합형리조트(IR)법 통과에 반대해 다른 의원 2명과 함께 ‘카지노보다 이재민을 도와줘’라고 적힌 현수막을 의장석 앞에서 펼쳐들었다는 이유다.
야마모토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일본 호우 정도 되는 재해가 일어나면 국회가 심의를 멈추고 정부가 재해 대응에 100% 힘을 쏟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권과 선거를 위해 카지노법안을 심의하고, 재해 담당장관인 국토교통상을 하루 6시간 동안 붙잡아뒀다”라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서 ‘수의 힘’에 의한 법안 강행 통과가 잇따르는 데 대해 “민주주의의 기본과 다르다”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다수결이겠지만, 거기까지 어떤 길을 만드냐가 중요합니다. 여러 의견을 들어가면서 궤도를 수정하거나 충분히 심의하는 게 다수파, 권력을 가진 이들의 역할인데 그럴 생각도 없고, 귀도 기울이지 않아요.”
배우 출신. 한국 영화 <역도산> <마이웨이>에도 출연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인생을 바꿔놓았다.
“서핑을 좋아해서 환경에 막연한 관심은 있었어요. 환경단체 홈페이지에서 일본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읽었지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진이 일어난 뒤 깨닫게 됐습니다.”
원전 반대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방송 일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에너지기업이나 건설회사 등을 광고주로 두고 있는 방송사로선 쓰기가 곤란했을 것”이라면서 “결국 거대한 기득권이 문제”라고 말했다.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도 “신세지고 있는 기업들이 표나 돈이 되니까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중의원 선거 도쿄(東京)도 지역구에 ‘탈원전’ 등을 내걸며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마, 이듬해 참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사건’을 몰고다녔다. 2013년 10월 일왕에게 원전 피해 등을 호소하는 편지를 전달했다가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 2015년 9월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안보법 강행 처리에 맞서 ‘우보(牛步·소걸음)’ 전술로 투표를 하고, ‘집권 자민당의 죽음’을 애도하는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일본 정부가 의욕이 없다면) 독도는 한국에 주는 게 좋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일본에선 권력이 잘못된 길로 향했을 때 확실히 목소리를 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정치와 자신의 삶이 연결된다는 것을 좀체 못 느낍니다. 말하는 대로 전쟁에 돌입했고, 그 다음에도 스스로의 손으로 쟁취한 게 없어요. 그렇다보니 정치를 바꾸는 것은 자신이라는 의식이 별로 없어요. 저도 원전사고로 정부나 미디어가 말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어요.”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에는 거침이 없다.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변변한 걸 한 게 없습니다. 오히려 안보법이나 공모죄, 특정비밀보호법 등 나쁜 것들만 엄청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선거에서 계속 이겼고, 경제가 좀 나아졌으니 계속 하는 겁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모두가 정치에 절망하니까 조직표가 이기는 것뿐이에요.”
아베 정권이 북한 위협론 등을 내세워 군사화를 진행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긴장을 부채질해 장사하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북한이 어떻다든가, 중국이 어떻다든가는 나중 문제에요. 전쟁이 날 지도 모르는 분위기를 자신이 만들어서 장사를 하는 겁니다. 무기의 개발, 제조, 판매, 사용이라는 사이클을 만드는 게 미국의 방식인데 일본도 거기에 올라타려는 거에요.”
그의 비판은 빙 돌아가지 않는다. 개인이나 단체를 거론하면서 대놓고 비판하기 때문에 주요 미디어들도 거북스러워한다. 평론가 사이토 미나코(齊藤美奈子)는 이런 그를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인기남’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 자민당 의원과 비교했다. “매번 핵심을 비껴가는 고이즈미보다 정중앙을 겨냥하는 야마모토가 훨신 의지가 된다”고.
야마모토 의원은 “극한 상황이 되기 전에 ‘위험하다’고 보다 쉽게 알려서 많은 사람이 위기감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불평등과 격차가 극한에 달하면 비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불만이 정치로 향하면 그걸 속이기 위해 정치는 ‘리셋(reset)’ 단추를 누를 거에요. 제일 좋은 게 전쟁이겠지요.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민주주의 잘차가 남아있을 때 뒤집지 않으면 안됩니다. 결국 기댈 곳은 ‘풀뿌리(민중)’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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