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네 빵집>, <101마리 올챙이>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그림책 작가 가코 사토시(加古里子)가 지난 2일 만성신부전증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오뚝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다루마(오뚝이)짱’ 시리즈와 과학 그림책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전후 일본 아동문학에 커다란 공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1948년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한 뒤 쇼와전공(昭和電工)에서 근무하는 한편 휴일에는 가와사키(川崎)시의 빈곤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패전을 맞이하기까지 비행기를 동경했던 ‘군국(軍國) 소년’이었던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배경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패전 후 어른들이 ‘나는 전쟁에 반대했다’고 전쟁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실망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당시 빈민가 아이들에게 보여줬던 그림연극이 출판사 편집자의 눈에 띄어 1959년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고인의 작품은 느긋하고 익살스러운 작풍으로 폭넓은 독자층으로부터 사랑받았다. 생전 70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 ‘다루마짱’ 시리즈는 지금까지 390만부, <까마귀네 빵집>은 240만부가 판매됐다.
그의 작품은 반전사상이나 민주주의 등 사회문제를 담은 것이 적지 않다. 강, 바다, 지구 등을 소재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과학 그림책도 다수 펴냈다. 사라져가는 아동 놀이나 민담 등 약 29만점의 자료를 모아서 펴낸 <전승놀이고(考)> 전 4권으로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기쿠지 간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2013년 <까마귀네 빵집>의 속편 4권, 2014년 ‘다루마짱’ 시리즈 신작을 출판하는 등 90세가 넘어서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작고하기 며칠 전까지 ‘팬 레터’를 챙기는 등 일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고인이 만년까지 창작 의욕을 불태운 데에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기원, 장래를 짊어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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