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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일본 국정모니터 게시판, 알고 보니 ‘혐한 게시판’

 일본 내각부 정부홍보실이 국민 의견을 받기 위해 운영한 ‘국정 모니터’ 사이트에 재일한국인에 대한 중상·비방글이 삭제되지 않은 채 다수 남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게시물에는 “재일 한국인은 쫓아버리자”와 같은 과격한 표현이나 특정인에 대한 ‘처형’을 요구한 것도 있었다. 일본 정부가 이런 게시물을 ‘국민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방치하면서 ‘혐한’ 등 차별이나 증오를 부추기는 것 이나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국정 모니터’ 사이트에는 지난해 올라온 “한국과의 국교는 없애고, 재일, 귀화인의 강제 퇴거가 필요하지 않나” “외국인에게 지급하는 생활보호는 아마 불법이니 즉시 일률적으로 정지해야 한다” 등의 글이 게시돼 있다. 2016년에 투고된 “태평하게 1100만엔(약 1억700만원)이나 받고 있는 재일한국인은 쫓아내자” “일본은 중국 앞에서 재일조선인에게 좌지우지되고 있다. 재일기업에서 숨쉬는 자는 즉각 배제해야 한다”라는 ‘혐한’ 게시글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외환(外患) 유치죄로 처형해야 한다”라는 글도 있다.
 1962년 시작된 ‘국정 모니터’ 제도는 미리 공모로 정한 ‘모니터’로부터 중요시책에 대한 의견을 받아 각 부처의 정책 수립에 참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다른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도 국민 의견을 모집하는 게 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4월부터 ‘국정 모니터’사이트의 갱신을 중지하고 있지만 지금도 사이트를 보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혐한 게시물이 ‘국민의 의견·요망’이라는 이름 아래 그대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국정 모니터’의 유의사항에는 “입법·사법·정치 관계 의견이나 비방·중상, 차별적인 내용“ 등은 게재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이런 규칙에 어긋나는 글들이 버젓이 게시돼 있는 것이다.
 정부홍보실 담당자는 “당시 담당자가 의견의 내용을 확인했다고 생각하지만, 모니터가 보내온 의견을 존중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스트인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는 마이니치신문에 “내각부가 체크를 하고 있지 않는 거라면 문제고, 체크한 뒤 실린 거라면 이런 의견을 보증해주는 셈이어서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기승을 부리자 헤이트스피치 방지법을 제정, 2016년 6월부터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