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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비핵화 명문 성과...한국, 징검다리 역할 잘 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29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이 생존 전략까지 크게 바꾸려고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유연하게 북한을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선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겠지만,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됐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평가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사가 전언이 아니라 선언 형태로 확실하게 명문화됐다는 점을 평가한다. 남북 회담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잘 했다고 본다. 또 김정은의 이미지 전략은 박수쳐야 할 것 같다. 제어불능의 폭군 이미지가 날아가 버렸다. 이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국내를 향한 이미지 전략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거냐.
 “물론 부족한 면은 있다. 핵·장거리미사일 실험 중지 등을 밝힌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회의 결정서를 평가한다고 했지만,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았다. 9·19 공동성명이나 2·13 합의에는 북한의 핵 폐기가 들어 있다. 남북 협력만 적극적이고 핵 문제 언급이 없는 것은 적극 설명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일을 중심으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행동이 나오지 않는 한 제재를 완화하지 않는다는 부분을 설명해야 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관건은.
 “비핵화를 둘러싼 시각 차이가 있다. 북한은 ‘허들’을 넘을 때마다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해결하고 싶어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어디까지 양보해야 사실상의 단계적 대가를 받게 되는지 로드맵과 타임테이블에 대해 북·미가 교섭해야 한다.”
-협상의 ‘마지노선’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만 확실하게 확보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악몽일 수도 있다. 일본은 장거리뿐만 아니라 중·단거리 미사일도 포기하도록 해야 하는데 미국의 핵심 국익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포기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을 만났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서다.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양쪽 다 한반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은 같이 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융화 흐름을 최대한 만들어놓고 북·미 회담에 임하고 싶은 북한과, 임하게 하고 싶은 남한이 일치한 것이다. 김정은이 다른 지도자와 다른 게 앞으로 30년, 40년 그 자리에 있어야 하니까 체제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얻기 위해 핵·미사일 카드를 120% 활용할 것이다.”
-일본의 역할은.
 “일본은 처음부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있다면 미국이 국익만 생각해 어중간한 타협을 하지 않도록 충분히 의사소통하면서 일본 국익을 지키는 것이다. 다만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구체적 비핵화의 움직임이 생기면 북·일 관계 정상화가 테이블에 올라오게 될 것이고, 이 단계에서야 일본이 할 일이 생긴다. 북한으로선 국교 정상화로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일본이 매력적인 카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