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발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긍정적인 움직임”라고 밝히는 등 국제사회의 ‘환영 대열’에 가담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말뿐”이라는 냉담한 반응이 대다수였다. 일본 언론들은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있게 보도하면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언급이 없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21일 북한 발표를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중요한 것은 핵과 대량파괴 무기, 그리고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며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도 “1보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불충분하다”면서 경계론도 동시에 내놓았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포기와 관련한 언급이 없으며 핵 포기 발언도 없다.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방미 중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도 “말뿐인 얘기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북한 발표를 냉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미사일 폐기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핵개발이 핵보유가 된 것일 뿐 사태는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다”는 총리 관저 간부의 말을 전하면서 국제사회의 환영 무드에 비해 일본 정부 내에선 북한 발표를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반응은 북·미 대화가 급진전할 경우 일본이 중시하는 의제가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잇따르는 불상사로 지지율이 추락한 아베 정권은 외교로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특히 아베 총리가 주력하고 있는 납치문제 해결에 활로를 만들 경우 정권으로선 커다란 성과가 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금처럼 일본에는 불충분한 조건으로 북·미 대화에 나서게 되면 일본 정부의 이런 의도는 무너지게 된다. 아시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위협을 제거했다고 어필할 수 있고, 반면 위협이 변하지 않은 일본에 무기를 파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은 모기장 밖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자민당 각료 경험자의 말을 전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의사를 표시한 것은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정책이 없는 것을 집중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사설에서 “비핵화에 대한 의사 표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약하게 해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려는 전략”이라고 경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비핵화로 이어질지 보증이 없으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극우 산케이신문은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말은 ‘핵 보유 선언’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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