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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한반도

[전문가 인터뷰]오코노기 게이오대 교수 "명예로운 비핵화하도록 북한에 명분 줘야"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正夫) 게이오대 명예교수(73·사진)는 “비핵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명예로운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주적으로 하는 식으로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내 한반도 문제 권위자인 오코노기 교수는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압력이 100% 성공했으니까 압력을 더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외교노선을 전환한 것뿐만 아니라 생존전략을 수정하려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인 후 여러 조건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를 확실히 실행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제제를 북한의 비핵화와 연결시켜 구체적인 행동만큼 국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계획적으로 움직여왔다. 2년 전부터 핵·미사일 실험을 반복했고, 군사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돌연 신년부터 외교노선을 대화로 전환했다. 심지어 신년사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해 ‘선남후미’(남북대화를 선행시켜, 북미대화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을 정비)의 대화노선을 스타트했다. 그 이후 과정을 보면 계획적으로 대결에서 대화 노선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든 게 북한의 계획대로 진전된 것은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 제재의 영향이 있었다. 유엔 안보리의 2차례 제재는 강력해서 북한이 2·3년 뒤면 견디지 못할 것이다. 시간은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흔히들 조금 있으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할 것이니 핵 미사일을 해결하라고 하는데 그 반대다. 핵미사일을 완성했더라도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핵미사일을 유지하면서 체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북쪽으로선 살아남는다는 전략 아래서 압력을 받으면서 (대화 노선으로) 간 게 50% 정도 있다. 즉, 북한의 선남후미 정책은 수년간 준비돼 한미일의 최대한의 압력 정책에 의해 강요된 것이다. 그 상승 효과가 사태를 급진전시켜 불가역적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대화 공세를 ‘시간 끌기’ ‘미소 외교’라는 경계가 여전히 있다.
 “한국에 약속했고, 미·중에도 약속했는데 그만하겠다고 할 수 있겠나.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외교노선뿐 아니라 생존전략을 수정하려고 한다는 가설을 갖고 있다. 전략 수정이 시작됐다면 어떤 전략이냐가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어떤 역할이 필요하나.
 “문재인 대통령도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남북회담 결과가 북·미회담에 대한 공동제안 같은 게 된다. 남북회담은 북·미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한 작전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족시키냐가 초점이 될 것이다. 그것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정착도 남북관계의 발전도 없다.”
 -한국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들고 있다.
 “두번째, 세번째는 북미회담에 달려 있다. 첫번째가 제일 중요하다. 그게 성사되면 두·세번째는 움직이는 거다. 비핵화는 북한이 지금까지 남한과 협의하지 않았으니까 안한다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남한이 도와주니까 그럴 수 없다. 당연히 비핵화 문제 다뤄야 한다. 아울러 옛날 방식과 사고를 바꿔야 한다. 옛날 그대로 북한이 행동할 거라 생각하면 안된다. 앞으로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서 전략을 바꾼다면 과연 병진 노선이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아마 병진이란 말은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 중심 발전 노선으로 갈 것이다. 김정은은 조금씩 북한을 보통의 사회주의국가로 바꾸고 있다. 당과 정부를 나눈다든가, 회의에서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정상화된 국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정일 시대보다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조선 만들려는 것이다. 김정일과의 결별이라는 게 김정은 머리 속에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북·중 정상회담의 배경은 무엇인가.
 “북한은 남한과 공조하면서 대미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남북 공동으로 대미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의 세력권이 없어지게 된다. 자기들 영향 밑에 있다고 생각해온 북한까지 어느 의미에서 ‘친미’적으로 되면 중국 영향력 어떻게 되겠나. 남북부터 시작할 ‘서미트(정상) 외교’를 중국에서 먼저 시작하려고 끼어든 것이다. 그게 김정은한테도 좋은 일이다. 중국이라는 후원자가 있으면 교섭이 쉬워진다.”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이 대단한 양보를 하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국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걸 받아들이고 그후 여러 조건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본토에 도달하는 핵미사일이다. 이의 즉시 폐기가 합의된다면 정상회담은 대성공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는 국내에 ‘트럼프 외교’를 어필할 수 있다. 정상외교, ‘빅딜’을 좋아하고 국무부에 대한 불신이 트럼프 외교다.그 첫 번째 사례가 성공했다는 것이 대단한 어필 요소다.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북한 측에서 상징적인 양보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성공 못하면 손해가 굉장히 크다. 트럼프 외교가 잘못했다는 것뿐 아니라 남북이 공통적으로 제기해온 북미 회담이 실패하면 그 후에 대안이 없다. 지금 이상으로 압력 가해서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극단적인 방법밖에 남지 않는다.”
 -시리아 사례를 들면서 미국이 북한과 타협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리아에 미사일을 사용했다면, 반대로 북한에는 외교로 해야 한다. 실패 사례가 있다면,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한·미와 미·일 동맹도 위기적 상황에 처한다. 한·미 동맹은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을 막아준다는 걸 보여주면서 전쟁을 억제하는 건데 예방적으로 전쟁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북·미 회담에서 실수하면 선택지가 없어지고 한·미, 미·일 동맹이 위기에 처하는 어려운 상황 오지 않겠나. 그게 한국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북·미 회담은 실패의 대가도 아주 크다. 남북도 ‘올인’이지만, 트럼프도 투자한 게 많다. 부동산처럼 ‘딜’이니까 성공해도 실패해도 대가가 크다. 그런데 정상회담 결과가 없고, 완전히 실패해서 전쟁을 시작한다는 경우는 드물다.”
 -트럼프 주변에 강경파가 많다.
 “강경파냐 온간파냐로 판단하면 안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인사를 보면 온건이냐 강경이냐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불신하느냐 아니냐가 기준이다. ‘트럼프 외교’를 받아들이냐의 문제로 인사가 움직인다. ‘아메리칸 퍼스트’나 ‘딜’을 받아들이니까 남는 거다. 그렇다면 북미 회담에 영향은 없을까. 한국에서도 국가정보원의 역할에서 보듯이 안보가 아니라 정보 채널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CIA, 한국의 국정원, 북한의 정찰총국이 움직이는 거다.”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나.
 “비핵화 과정에서 북한과 김정은의 명예를 훼손시키면 안된다. 명예있는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강제적으로 핵을 폐기한다는 것은 용납 못할 것이다. 전략적으로 명예있게 후퇴하도록 해줘야 하고 명분도 줘야 한다. 미국이 압력이 100% 성공했으니까 압력을 더 강화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아주 위험하다. 협상이 결렬로 갈 수 있다. 비핵화 전체를 포괄 합의, 실시는 단계적으로 해서 북한 명예를 살려야 한다. 다만 비핵화는 확실히 실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북한의 국제적인 비핵화로 연결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비핵화를 실시한 만큼 제재를 완화하고. 그렇지 않으면 완화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북·미 합의가 성사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독자적인 제재는 해제할 것이고 한국도 독자적인 제재는 해제할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비핵화 약속을 깼다.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나.
 “그런 시각은 옳지 않다고 본다. 북한이 약속을 깼기도 했지만, 미국이 정부 바뀔 때마다 앞 정권의 정책을 뒤집었다. 서로가 안 지켰다.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할 것인가라는 의문에 대해선 지금 당장 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전략을 수정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잘 대응하면 그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제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지금 체제가 유지될 것인가다. 외교로 살아남으려면 지금이 기회다. 앞으로 더 기회가 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놓쳐서는 안된다. 젊은 김정은은 30년 후에도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 외교력을 발휘해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은 지금밖에 없다.” 
 -과거 비핵화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정은이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살아남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 할 거다. 확실한 비핵화를 위해선 한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평화공존을 확실한 것으로 하고,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비핵화는 남북의 공존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북한이 남한의 협력을 얻으면서 상호 의존관계가 구축되면 비핵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북·미 회담 후 남북이 다시 만나서 그걸 정례화 노력을 하면 된다. 확실한 보증을 위해선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북·미간 중재를 계속 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재팬 패싱(일본 소외)’ 지적이 있는데
 “일본 정부가 사태를 전혀 예측 못했으니 당황하고 있다. 트럼프식 외교가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북·미 회담이 이뤄지면 일본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단거리 미사일과 납치 문제는 일본이 직접 협상에서 얻어야 한다. 그걸 트럼프에게 부탁해서 되겠나. 트럼프가 말하더라도 김정은은 일본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할 것이다. 북·일 관계를 정상화와 바꿔 두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거다. 일본의 경제협력이 북한의 경제부흥에 기여해 비핵화를 확실히 할 수도 있다. 그걸 위해선 아베 총리가 평양에 가야 한다. 다만 여기에 영향 주는 게 북·미 합의다. 비핵화와 북·미 국교정상화가 세트로 된다면 일본으로선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