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2018년도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를 15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반면 외교청서는 한국에 대해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 문제 협조를 당부하는 등 한·일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영토·역사 도발이나 한국 ‘홀대’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일본의 대응이 문재인 정부 들어 ‘투 트랙’ 전략을 표명한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이 마련한 외교청서는 독도에 대해 “한·일 간에 영유권을 둘러싼 문제가 있지만,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에서도 명백히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독도를 국제법상 어떤 근거도 없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면서 “한국 국회의원 등의 다케시마 상륙, 다케시마와 그 주변에서의 군사훈련 및 건조물 구축 등에 대해 그때마다 한국에 강하게 항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청서는 또 “일본은 다케시마 문제의 평화적 수단에 의한 해결을 위해 1954년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할 것을 제안했지만, 한국 정부가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 문제를 국제무대에 끌어내 이슈화하겠다는 기존 전략을 답습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또 다른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 대해선 ICJ 회부를 제안하고 있지 않고 있다. 외교청서에서도 “센카쿠열도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 일본 고유 영토이고, 현재 일본이 유효지배하고 있다”면서 “영유권 문제는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쏙 빼고, 유리한 대목만 끌어들여 형평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청서는 또 동해 표기에 대해 “일본해가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는 주장을 새로 넣었다. 이어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정부도 일본해를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해라는 호칭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청서는 또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행을 재차 촉구했다. “한일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더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일본으로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고, 한국 정부가 합의를 착실히 실시하도록 계속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 등지에서 시도됐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동상 건립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요구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일의 연대와 협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불가결하다”며 “상호 신뢰 하에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의 신시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외교청서에는 지난해에 있었던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국가”라는 표현이 빠졌다. 아베 총리가 올해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 표현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런 자세는 한국이 가치나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친구 국가’라기보다는 북한 핵·미사일 등 현안이 있을 때 협력하는 관계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청서는 또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증강을 “일본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지금까지 없었던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선 계속해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의 폐기를 실현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 면밀한 정책 조정을 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간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 > 한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트럼프 만나려는 아베…‘재팬 패싱’ 우려냐 발목잡기냐 (0) | 2018.05.27 |
---|---|
"북한 핵 포기, 평화체제 구축 시간표에 맞춰야...미 강경파들이 합의 옮기려 해" (0) | 2018.05.26 |
“시진핑, 김정은에 ‘비핵화 합의시 단계적 경제지원 가능’ 전달” (0) | 2018.05.14 |
일본 국정모니터 게시판, 알고 보니 ‘혐한 게시판’ (0) | 2018.05.02 |
"비핵화 명문 성과...한국, 징검다리 역할 잘 했다" (0) | 2018.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