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국면 전환’ 구상에 먹구름이 끼었다. 사학스캔들을 둘러싼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을 덮으려는 때에 자위대의 문서은폐 파문이 확산되면서다. 잇따르는 ‘문서스캔들’로 아베 정권의 은폐 본질은 물론, 총리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쟁가능한 국가’를 목표로 해온 아베 정권의 ‘문민통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폐, 조작...아베 정권의 ‘문서스캔들’
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에서 “육상자위대의 이라크 파병 일일보고(일보)가 지난해 3월27일 육상자위대 연구본부에서 발견됐는데도, 당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 등 간부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방위성은 지난해 3월 ‘없다’던 일보의 존재를 지난 1월26일 확인, 3월말 방위상에 보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 일보의 존재를 1년이나 은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방위성은 지난해에도 남수단 평화유지활동(PKO) 파견 자위대의 일보를 폐기했다고 했다가 문서의 존재를 뒤늦게 인정했다.
아베 정권의 ‘문서스캔들’은 한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을 둘러싸고 ‘총리 의향’이라고 적힌 문서를 ‘괴문서’라고 부인했지만, 이 문서는 문부과학성에 있던 것으로 판명됐다.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폐기했다’던 교섭기록이 지난 1월 재무성 내부문서로 확인된 데다 지난 3월 결재문서를 조작한 사실도 밝혀졌다.
■아베의 국면 전환 구상에 ‘암운’
잇따르는 ‘문서스캔들’로 인해 외교를 통해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던 아베 총리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총리 주변에선 ‘답변 거부’로 일관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의 국회 증인신문이 끝나자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은 나오지 않는다”며 지지율 하락이 멈췄다는 관측이 나오던 차였다. 2018년도 예산안 심사도 끝나 야당의 추궁 장소도 없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서은폐 의혹이 터져나오자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여당은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 등에선 부처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총리 책임론을 피해왔다. 하지만 거듭되는 ‘문서스캔들’에 “총리가 관료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도쿄신문은 “정권의 은폐 본질을 스스로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문민통제
이번 사건으로 자위대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이 깨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거 군부의 주도로 전쟁으로 치달려 국내는 물론 주변국 시민들에 막대한 고통을 안겨준 경험이 있는 일본으로선 문민통제는 민감한 문제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문민통제가 적신호다. 일본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희망의당 대표도 “현장 보고가 방위상에게 올라가지 않으면 현장의 폭주를 용인하냐는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오노데라 방위상은 5일 문서은폐 의혹 발표 전 육상자위대의 육상총대(陸上總隊) 발족식에 참석했다. 육상총대는 5개로 나뉘어 있던 휘하 부대를 묶어 지휘하는 통합사령부다. 태평양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70년 넘게 설치가 미뤄졌지만, 북한과 중국 위협론 등을 배경으로 이번에 신설됐다.
결국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고 군사력 강화에 열을 올리는 등 ‘전쟁가능한 국가’를 만들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이번 자위대 문서은폐 파문은 이런 흐름 속에서 터져나온 터여서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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