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사학 스캔들’을 둘러싼 은폐, 문서조작, 뒷조사 등 쏟아지는 의혹들로 구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북 대화와 미국의 관세 유예 조치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 논란 등이 나오면서 총리의 장기라던 외교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에선 참의원 선거 참패와 아베 총리 사임으로 이어진 2007년 제1차 아베 내각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당대회에서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 다시 한번 국민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문서조작 파문을 사과했다. 그는 “조직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퇴진론에는 선을 긋은 것이다.
아베 총리는 또 “마침내 창당 이래 최대 과제인 개헌에 몰두할 때가 왔다”라면서 ‘개헌 드라이브’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전날 자위대의 헌법 9조 명기 등 개헌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목표로 해온 연내 국회 발의는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떨어진 상황 때문이다. 오히려 당내에선 “개헌안이 ‘아베안’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학 스캔들은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이 27일 국회에 소환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소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자민당 의원들이 반(反)아베 인사인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뒷조사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미국 일변도’ 외교 전략도 비판받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이 한국, 유럽연합(EU) 등과 달리 미국의 철강 관세 유예 대상국에서 빠진 충격이 컸다. 아베 총리가 틈만 나면 친분을 과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뒷통수를 친 격이 됐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미·일이 100% 함께라더니 맞는 것이냐. 외교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다마키 유이치로 희망의당 대표)면서 비판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간 대북 압력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은 최근 대북 대화 분위기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북일 정상회담 타진 등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했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미국 고위 관리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추가 전제조건으로 북한으로부터 중거리미사일 포기와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 등의 약속을 받도록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전했다 . 그러나 미국 측은 이런 내용을 북미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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