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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문서조작 사건의 핵심은 말하지 않은 사가와의 '입'

 “형사소추 우려 때문에…” “제가 검찰 수사 대상이라…”
 27일 일본 국회에 출석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사진)의 ‘입’에선 줄곧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러면서 “답변을 삼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사가와 전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궁지로 몰고 있는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의 핵심인물로 이날 국회에 증인으로 소환됐다. 그는 문서조작이 이뤄진 지난해 2~4월 재무성 이재국장이었고, 이후 국세청 장관으로 ‘영전’했으나, 문서조작 문제의 책임을 지고 경질당했다. 이 때문에 그의 ‘입’에 온 일본 국민의 시선이 몰렸다. 공영방송인 NHK를 비롯, 공중파 TV들은 국회 질의·답변 과정을 생중계로 전했다.
 하지만 사가와 전 장관은 언제, 누가, 어떤 이유로 문서조작을 지시했는지 등 핵심질문에 대해선 수사대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답변을 거부했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의 이름을 삭제하려고 문서가 조작됐냐’는 질문에 “누가 지시했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수사 대상으로 형사소추 우려가 있어 답변을 삼가겠다”고 했다. 의원석에선 “엣~”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NHK는 답변 거부가 오전에만 25차례라고 전했다.
 반면 문서조작에 ‘아베 총리의 지시가 있었냐’는 자민당 의원의 질문엔 “없었다”고 답했다. 아키에 여사, 총리비서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의 지시가 각각 있었냐는 질문들에도 “없다”고 또박또박 답했다.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 매각에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의 영향이 있었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서조작이 재무성 이재국 안에서 이뤄졌다면서 윗선의 지시나 관여를 부정한 것이다.
 자민당 내에선 안도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총리나 아키에 여사, 관저의 관여가 없었다는 증언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이날 환문(증인소환)을 계기로 이번 파문을 빨리 매듭짓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야당은 “환문의 의미가 없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오전 질의에 나섰던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공산당 의원은 “이 이상 물어도 의미가 없다”고 거칠게 항의해 회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의도대로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 사건의 핵심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는 여론이 여전하다. 야권은 아키에 여사의 환문 등을 요구할 태세다. 쓰지모토 기요미 입헌민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가와가 스스로 ‘도마뱀의 꼬리’가 되려고 하면서 막을 내리려는 의도를 느꼈다”면서 “매각 교섭 당시 재무성 이재국장과 아키에 여사의 환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