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지긋지긋하다.”
일본 집권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는 상황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현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모리토모(森友)학원 특혜 의혹 및 이와 관련된 재무성의 문서 조작, 자위대의 일일보고 문서 은폐,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과 의혹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야당의 공세를 막고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데 부심하고 있는 여당으로선 인내가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여당으로선 정권운영의 추진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제2파벌인 아소파의 수장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니카이파를 이끄는 니카이 간사장이 10일 밤 긴급회동을 하고 “아베 정권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방증으로 풀이된다. 두 파벌은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이자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와 함께 아베 총리의 총재 3연임을 지지하고 있다. 두 파벌의 수장이 일부러 회합을 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자체가 아베 정권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파벌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당내 동요가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아베 1강’ 아래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할 말은 하는’ 분위기도 조금씩 퍼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부간사장은 11일 도쿄 내 강연에서 “‘기억하는 한도 내’라고 주석을 달아야 한다면 ‘만나지 않았다’라고 잘라말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가케학원 의혹과 관련, 2015년 4월 야나세 다다오(柳唯夫) 당시 총리 비서관이 에히메(愛媛)현 직원 등과 면담한 자리에서 ‘총리 안건’이라고 언급했다는 기록에 대해 야나세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선 에히메현 직원 등과 만난 적이 없다”고 언급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모리토모학원과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국회 소환의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는 등 엄격한 대응을 요구해왔다.
‘포스트 아베’ 후보들도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反)아베파의 대표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행정은 공평공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총리의) 친구라고 해서 편의를 받을 수 있다면 바보같아서 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로부터의 ‘선양(禪讓)’을 노리면서 비판 발언을 삼가해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도 “에히메현 측 발언과 야나세의 발언이 엇갈리고 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당사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연이은 스캔들의 직격타로 아베 총리의 당내 장악력이 떨어진 증좌로도 볼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스캔들의 수렁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의 ‘3선’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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