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 파문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의 향방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아베 다음은 아베’라고 할 정도로 아베 총리의 3연임이 확실시되던 구도가 출렁거릴 기미를 보이면서다. 차기 총재를 노리는 후보들은 물밑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출신 파벌이자 최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끄는 제2파벌 아소파,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니카이파에게 지지를 얻으며 국회의원 표에서 크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 진영은 안정된 내각 지지율을 바탕으로 지방 표에서도 압승, 강력한 정권 기반을 구축한다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지율 급락은 이런 시나리오에 금을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 달 전 56%에서 14%포인트 급락한 42%로 조사됐다. 아베 총리가 지난 24일 당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앞으로 1~2주면 안정된다”고 강조했지만, 여론의 역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불안은 지방에서부터 퍼지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자민당 전국간사장회의에선 “동료들이 충분히 싸울 수 있도록 충분한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와 참의원선거를 앞둔 만큼 “아베 총리가 선거의 얼굴이 될 수 있나”라는 불안이 큰 셈이다.
‘포스트 아베’ 후보들은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섣불리 움직여 아베 총리의 곤경을 이용한다는 역풍을 맞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반(反)아베파의 대표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지난 25일 도쿄에서 열린 당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혼란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로부터 ‘선양(禪讓)’을 노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일치단결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각 파벌들의 물밑 움직임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이시바파는 이시하라(石原)파 최고고문이자 아베 총리를 공개 비판한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를 초대해 공부회를 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각 파벌이 총재선거의 향방에 영향을 끼칠 존재로 경계하고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수석부간사장의 발언도 미묘한 파문을 부르고 있다. 그는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새로운 공기를 넣든지 겸허한 자세를 잃지 않도록 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에선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이시바 전 간사장을 꼽은 응답자가 1월 조사 때보다 8%포인트 많은 25%였던 반면, 아베 총리라는 응답은 11%포인트 하락한 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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