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 여사가 ‘키맨(keyman·주요인물)’이다.”(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
“이번에야말로 자중해야 한다.”(정부 관계자)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직격하고 있는 ‘사학 스캔들’을 둘러싸고 아베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55·사진)가 ‘요주의 인물’ 1호가 되고 있다. 야권은 이번 스캔들의 ‘핵심 고리’로 아키에 여사를 정조준하고 있디. 반면 여권은 아키에 여사의 ‘튀는 행보’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키에 여사의 이름은 최근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입을 둘러싼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에서 다시 등장했다. 내용이 삭제된 문서 14건 가운데 대출관련 문서 2건에서 아키에 여사의 이름이 나타났다.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이사장이 2014년 4월 “아키에 부인을 현지에 안내해 ‘좋은 토지니까 진행시켜 주세요’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긴키(近畿) 재무국 직원이 아키에 여사와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국유지 앞에서 찍은 사진을 학원 측으로부터 제시받았다는 설명도 나온다.
지난 1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왜 아키에 부인이 문서에 나오나”라는 질문에 오타 미쓰루(太田充) 재무성 이재국장이 “총리 부인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야당 의원들은 “(아키에 여사가) 국회의원 이상으로 배려해야 하는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재무성과 모리토모 학원의 교섭이 ‘총리부인 안건’으로 취급됐다고 보고, 아키에 여사의 증인 소환을 요구하고 있다. 에다노 입헌민주당 대표는 지난 21일 도쿄 신주쿠역 앞 가두연설에서 “아키에 여사가 국회에서 (진상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27일 국회에서 실시되는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의 소환신문은 “입구의 입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아키에 부인의 직접 관여뿐만 아니라 관료들의 손타쿠(忖度·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함) 유뮤도 추궁할 태세다.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아키에 여사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키에 여사의 거침없는 언동이 야당의 추궁 재료가 되는 것은 물론 성난 민심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 11일 “야당의 바보 같은 질문에 남편이 매일 고생하시네요”라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러 비난을 자초했다. 지난 20일 자민당 부(副)간사장 모임에선 “아키에씨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상처 자리가 커진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현재 총리실과 자민당은 아키에 여사의 국회 소환을 극구 막고 있다. 정부는 아키에 여사의 정부 행사 참석 등을 최대한 줄일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사가(佐賀)현 마라톤대회 참가도 직전에 취소됐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최대 제과회사인 모리나가(森永) 공동창업주의 외손녀다.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탈(脫)원전에 공감을 표시하는 등 ‘가정 내 야당’으로 불렸다.
하지만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이런 이미지가 퇴색됐다. 모리토모학원은 은 학생들에게 옛 일본 군가를 가르치고 군국주의 상징인 교육칙어를 암송하게 하는 등 우익 성향 교육행태로 비판받아왔다. 아키에 여사는 모리토모학원이 신설하려던 학교의 명예교장으로, 학생들이 교육칙어를 암송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다음엔 꼭 남편과 함께 오겠다”는 인사말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보수적 이미지를 보완하는 ‘비밀병기’로 평가받았던 아키에 여사가 아베 총리의 ‘아킬레스건’이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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