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와세다대 교수(52·사진)는 1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 정도 경제 성장 하면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지 않고 사람들의 행복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인구가 고령화하고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0년말부터 일본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 장기불황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터널 초입에 있는 한국을 비교 분석한 <불황터널>을 냈다.
-일본이 장기불황을 벗어낫다고 보나.
“장기불황이 어떤 의미냐에 따라 다르다. 일본 경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구가 감소하는 한계 내에서 좋아지는 거다.”
-향후 일본 경제의 리스크는.
“외부적으로 세계 경제, 내부적으로는 정부 부채다. 부채 문제는 북한 미사일이나 지진처럼 영원히 안 터질 수도 있지만, 터지면 굉장한 쇼크가 온다. 그 다음은 인구 감소 문제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가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지병이 있는 셈이다.”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다른 것 같다.
“오랫동안 안 좋다 보면 조금 좋아져도 못 느낀다. 내 월급이 올라도 여전히 미래는 불안하다. 사회·철학자들은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서의 행복을 얘기한다. 일본이 깨달은 게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압박하니까 사람들이 불안해 소비를 하지 않고, 이게 경제에 좋지 않았다는 거다. 아베 신조 총리가 임금 올리고 비정규직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라는 것도 수요가 장기성장에서 중요하다는 거다. 수요를 만들고, 기업이 계속 진화하고, 인구 감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일손 부족을 로봇으로 해결하자는 건데, 큰 기회이자 도전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공격적 성장전략’)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세번째 화살은 실체가 없고, 정치적 슬로건이다. 다만 아베팀은 진화를 잘한다. 권력을 공고히 하고 헌법을 고치기 위해선 경제가 좋아져야 하고,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 내놓는 정책들이 진화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살아남은 일본 기업들은 한·중이 따라오기 어려운 첨단기술 쪽으로 움직였다.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등에 많이 투자했고, 성과가 나고 있다. 한국에선 이런 애기가 너무 없다.”
-한국도 일본과 같은 길을 걷는 건가.
“한국이 소득주도 성장, 임금이나 노후를 안정시키는 게 경제에 도움된다는 발상은 일본에게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다만 한국은 중견기업이 너무 부족하다. 일본은 대기업이 성장하면서 중소기업들도 같이 성장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같이 성장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책만으로는 안된다. 기업가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일본처럼 일손 부족으로 청년 실업이 해소될 수 있나.
“한국도 일본처럼 퇴직 연령에 비해 새로 진입하는 연령 비율이 높지 않다. 다만 일자리 비율이 높은 중견기업들이 적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는 인생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보니 청년들은 취업이 2, 3년 늦어져도 대기업을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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