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수 4만9372명의 기초단체장 선거에 일본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4일 실시되는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 시장 선거다. 나고시는 미군 새 비행장이 건설되는 헤노코(邊野古)가 있어, ‘기지의 섬’ 오키나와 문제가 집약된 곳이다. 시장 선거는 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민의를 처음 묻는 선거다. 결과에 따라 건설 계획 이행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군 헬기 불시착이나 부품 낙하 등 잇따르는 미군기 사고에 따른 비판 여론의 향방도 주목된다.
이번 시장 선거는 헤노코 기지 건설 찬성파와 반대파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고시된 시장 선거에는 3선을 노리는 현직 시장인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 후보(72)와 전 시의원인 도구치 다케토요(渡具知武豊) 후보(56)가 등록했다.
선거는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 지사와 함께 기지 건설 반대를 주창해온 이나미네 후보와 집권여당이 지원하는 도구치 후보 간 대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나미네 후보는 “헤노코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구치 후보는 “현 시정은 하나의 문제에 너무 집착해 시민 생활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는 1996년 미·일이 후텐마(普天間) 비행장 반환에 합의하고 헤노코 이전안이 부상한 뒤 6번째다. 찬성파가 1998년, 2002년, 2006년 잇달아 승리했고, 2010년과 2014년엔 반대파가 연승했다.
아베 정부는 지난해 4월 헤노코 해안 매립 공사에 착수했다. 오키나와현이 같은 해 7월 공사 중지 소송을 제기했지만 정부는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헤노코로 들어오는 강의 물길 변경, 헤노코 댐 주변의 토사 채취 등 공사를 하기 위해선 시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헤노코 기지 건설의 찬반 여부가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올가을 오키나와 지사 선거의 바로미터로도 불린다. 오나가 지사는 ‘반(反)헤노코’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거는 일찌감치 격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도 미·일동맹 및 안보 강화를 위해 헤노코 기지 건설은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량급 정치인들을 헤노코 현지에 파견하는 등 물량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오키나와에선 최근 잇따른 미군기 사고로 여론이 끓고 있다. 마쓰모토 후미아키(松本文明) 관방부장관이 지난 25일 의회에서 “그래서 (헬기 사고로) 몇 명이 죽었냐”고 야유했다가 다음날 사직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경감을 비롯해 여러 정책과제에 대해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기지를 인정해선 안된다”는 입장과 “지역 활성화를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부딪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일 안전보장의 유지와 오키나와의 기지 부담 경감이라는 무거운 테마를 짊어져온 마을에서 시민들은 답이 보이지 않는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오키나와는 1972년 미국으로부터 일본에 반환됐다. 그러나 미·일동맹 강화라는 명목하에 미군 기지의 정리·축소는 크게 진행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간 폭력적인 기지 건설 과정과 미·일 지위협정의 불평등성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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