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의 발걸음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상징하듯 취업 한파가 이어지는 한국을 벗어나 훈풍이 부는 일본 취업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취업한 한국인은 2016년 4만8121명으로, 2008년 2만661명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의 취업난에 일본의 인력난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 외국인 고용이 증가한 것은 인구 감소와 단카이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2009년부터다. 2008년 48만6398명이던 외국인 노동자 수는 2016년 108만3769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외국인 노동자에서 한국인 비율은 2016년 4.2%다. 특히 정보기술(IT) 인력을 중심으로 외국인 구인이 급증하고 있다. 기술·인문·국제 분야에서 일본 비자를 취득한 한국인은 2014년 1231명, 2015년 1780명, 2016년 2487명으로 급증 추세다. 일본에선 2025년 IT 분야에서만 482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13년부터 해외취업 지원 사업인 K-무브(MOVE)를 진행하고 있다. 코트라,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일본에서 취업박람회를 열어 기업과 구직자를 이어주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본 현지 채용 정보를 알려준다.
청년들의 일본 취업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지난해 8~10월 한국인 취업자 1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가 현재 직장에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84.5%는 지인에게 일본 취업을 ‘추천’ 또는 ‘적극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일본 취업 선택 이유로 ‘글로벌 기업 진출 등 미래 비전’(24.8%), ‘좋은 근무환경’(19.6%), ‘좋은 생활환경’(16.5%) 등을 주로 꼽았다. ‘한국 취업이 어려워’는 19.0%에 그쳤다. 실제 일본 기업은 ‘스펙’보다 ‘잠재력’을 중시하고, 한국 학생들의 적극성과 언어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 강도와 여가 보장 등 근무환경도 좋다. 코트라 도쿄무역관 강민정 차장은 “한국 청년들 사이에도 일본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한국 청년들을 채용한 일본 기업들도 계속 한국 청년들을 찾는 등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에서 현 직장에 대한 불만으로 43.9%가 ‘급여’를 들었다. 일본 기업의 초봉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높은 집세나 물가 때문에 급여가 낮다고 느낀다. 다만 일본은 근속 연차가 길어지면 급여 인상폭이 크고 상여금이나 교통비 지원 등 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차도 많지 않다.
도쿄 현지 한국 기업인은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급여를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해 몇 년 일하다가 이직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면서 “일본 생활이나 직장이 적성에 맞는지, 장기간 승부를 볼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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