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랜 만에 ‘부라부라’(어슬렁어슬렁)-사실 부라부라는 그동안 가끔 했지만 글과 사진 올리는 게 오래간만이다.
 숙취로 메슥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정신도 차릴 겸해서 기치조지(吉祥寺)로.

 
 기치조지를 찾은 건 7개월만이다.
 7개월 전에는 신록이 넘쳤는데 지금은 어느새 겨울의 초입. 하지만 도쿄의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단풍은 절정을 맞고 있었다. 
 
 7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이노카시라온시공원(井の頭恩賜公園)부터 찾았다. 전날 살짝 내린 비로 바닥은 좀 젖어있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공기가 무척이나 상쾌하다. 12월초지만 도쿄는 한국의 11월초와 비슷한 기온이다.

 이노카시라공원은 가을 정취가 물씬 넘치고 있었다.
 그때 얘기했지만 당시 기치조지를 찾은 건 순전히 <구구는 고양이다>라는 TV 드라마 때문이다. 기치조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기치조지와 이노카시라공원의 사계절을 담고 있는데 특히 가을 풍경이 아름다웠다. 주인공(미야자와 리에)이 고양이 구구를 만나는 계절도 아마 늦가을이었을 것이다. 


 

 공원은 고즈넉하다. 한가로이 산책을 나온 이들도 있었고, 기치조지까지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어떤 이는 벤치에 블랭킷을 깔고 앉아 와인잔을 기울이고 있다. 장을 봐서 공원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다. '출사'를 나온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열심히 이노카시라공원의 단풍과 늦가을에 피는꽃들-아마 동백인 듯-, 그리고 이곳의 새들을 열심히 렌즈에 담고 있다.

 

 기치조지를 상징하는 오리배들이 연못에 가지런히 매어져 있다. 연인 한 쌍이 오리배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다.
 분수가 잔잔하게 물을 뿜고 있다. 흐린 하늘 사이로 가끔씩 햇살이 내비친다. 

 

 7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연못 주변으로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쭈욱 걷는다. 드문드문 단풍나무가 붉은 색을 빛내고 서 있다. 철길 아래를 지나가자 노란 은행나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본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머리와 가슴이 좀 맑아진다.
 공원을 나오는 길에 근처 가게들을 몇 군데 들어갔다. 동남아나 남미 원산의 옷이나 액세서리들을 팔거나 중고 옷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기치조지역 반대편 쪽으로 향했다. 지난 번에는 잠시 둘러보는 데 그쳤던 선로드 상점가, 하모니카 요코초를 부라부라. 여전히 사람들이 많다. 정육점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란히 줄을 서서 멘치까스와 고로케를 샀다. 다이야키(붕어빵)와 경단도 줄 서서 기다렸다 샀다. 


 
 좀더 북쪽으로 올라간다. 이곳에는 고급 브랜드점이나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가게들, 카페와 음식점들이 점재해 있다. 일전에 만난 한 재미동포 출신 대학교수는 창의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얼마전 이곳 기치조지로 이사했다고 한다.
 

   TV에서 봐뒀던 가게를 몇 군데 찾아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주문해서 캔버스화를 살 수 있는 가게, 시계의 본체와 시곗줄을 선택해서 조합할 수 있는 <KNOT>라는 가게.

 

 도큐백화점 뒤쪽으로 이어지는 거리의 일부 구간은 ‘북구(北歐) 거리라고 불린다. 스웨덴 목공인형을 파는 가게부터 핀란드 도너츠 가게, 노르웨이 잡화들을 파는 가게까지 일본에서도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북유럽 물건들을 파는 세련된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한국에도 꽤 알려진 '단디종'이라는 빵집에서 식빵을 사는 것으로 반나절의 부라부라는 아쉽지만 끝. 숙취도 끝이다.

 

Posted by fontif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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