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로 돌아가는 날.

 숙소  근처를 잠깐 둘러봤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유다나카(湯田中) 역이 있다. 
 유다나타는 온천 마을로 유명하다. 온천여관들이 들어서 있고,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원숭이 온천으로 유명한 지고쿠다니(지옥계곡)를 비롯해 온천거리 마을들이 산재하고 있다.

 유다나카역 근처는 작은 지방 마을, 그리고 약간은 쇠락한 듯한 온천관광지의 느낌을 준다. 역에서 조금 걷다보면 도쿄의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작은 상점가가 있다. 역 앞의 편의점만이 고교생들로 북적거릴 뿐이다.


 유다나카를 출발해 오부세라는 곳을 잠깐 들렀다.
 일본 기자(지난 번 가미고치 얘기 때 나왔던 분)가 나가노를 둘러본다고 하니 추천한 곳이다.
 오부세에 도착했을 때는 언제 비가 왔냐 싶게 해가 쨍쨍했다(그 뒤 도쿄로 들어갈 때쯤에는 엄청난 폭우와 천둥·번개가 쳤다).

 오부세(小布施). 이름부터가 특이했다. 작은 ‘베품을 펼친다(보시)’는 뜻일까.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반경 2킬로미터 내에 마을이 집중해 있는 나가노현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인구는 1만명을 조금 넘는다. 하지만 지역의 전통 유산과 자연을 잘 살려내 나가노 유수의 관광지로 떠올랐다.
 
 오부세는 ‘밤과 호쿠사이와 꽃의 마을’로 소개되곤 한다. 옛부터 밤의 생산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에도 시대 우키요에(일본 판화)의 거장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와 연고가 있는 곳이다. 호쿠사이가 83세 때 이곳에 초빙돼 작품활동을 했다고 한다. 마을 중심부에는 호쿠사이칸(北齋館)이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부세의 거상으로 호쿠사이의 작품 활동을 후원한 다카이 코잔(高井鴻山) 기념관도 있다.


 
 오부세 부라부라는 호쿠사이칸에서 시작된다. 호쿠사이칸에는 ‘부악삼십육경(富嶽三十六景)’ 등 판화와 그가 만년에 집중한 육필화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마을 마쓰리(축제)용 수레 2대가 실물로 전시돼 있는데 각각의 천장에는 용과 봉황, 파도 그림이 박진감 있게 그려져 있다. 



 호쿠사이칸을 중심으로 주변에 전통가옥과 상점이 처마를 잇고 있다.

  

   호쿠사이칸 앞쪽 상점들에선 밤으로 만든 화과자를 팔고 있는데 ‘밤’의 마을 오부세의 명물이라고 한다. 한 상저은 2층에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는데 모두 밤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다.



 호쿠사이칸 앞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건물 사이에 작은 샛길이 나온다. 밤나무 나무목을 벽돌처럼 깔아놓은 산책길이다. 나무의 감촉이 아스팔트 길과는 다른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곳을 따라가면 다카이 고잔 기념관으로 이어진다. 실제 호쿠사이와 고잔은 이 길을 오가면서 교류를 했다고 한다.


 오부세 중심부를 지나가는 길을 따라 걸어간다. 길을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전통 목조가옥 양식의 상점들이 오부세 특산의 밤 과자를 비롯해 사케나 와인, 화과자, 한천과자 등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다. 양조장 위로 벽돌 굴뚝이 높이 솟아 있다.




 옛 전통가옥을 커피 전문점으로 개조한 곳이 눈에 띈다. 바로 옆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원래 창고였던 곳을 개조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묶고 싶게 만드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거리를 걷다보면 정원을 들어갈 볼 수 있는 집들이 적지 않다. '오픈 가든'이라고 해서 정원을 외부인들에게도 공개한다. 오부세가 ‘꽃의 마을’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오부세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오부세 태생의 나카지마 지나미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개성적인 미술관이나 갤러리들도 오부세의 볼거리 중 하나라고 한다.


  시간이 애매해 건물만 둘러보는 걸로 만족하고, 근처에 있는 꽤 유명하다는 소바집을 찾아갔다. 눈을 깎지 않은 메밀로 만들었다고 한다. 쫄깃하다. 당분간 소바는 먹지 않아도 될 듯하다.



 오부세는 두 강 사이에 펼쳐진 넓은 들판에서 생산하는 포도와 복숭아, 사과 등 과일들이 풍부한 곳이다. 오부세 마을 입구로 들어올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곳도 포도농장이었다. 산 크루제라는 곳에서 나가노산 와인을 시음했다. 달콤하다. 한 병을 샀다. 근처 농산물센터를 들러 싸게 나온 복숭아도 한 박스 샀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처음 먹는 복숭아다.

   오부세를 떠나 도쿄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차를 몰았다. 도쿄로 다가갈수록 하늘이 흐려졌다. 나가노의 푸른 산과 고원과 하늘. 앞으로 다시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fontif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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