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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대법관 지명 과정 생중계…‘14분간 리얼리티 쇼’ 벌인 트럼프

2017.02.02


“어프렌티스(도널드 트럼프가 진행한 리얼리티 TV쇼)의 대법원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대법관 지명 과정은 그의 장기인 리얼리티 TV쇼와 흡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8시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혼자 들어왔다. 짤막한 코멘트 후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을 발표하자 옆방에 있던 고서치가 부인과 함께 나와 트럼프 옆에 섰다. 이스트룸은 박수를 치는 백악관 직원들과 공화당 의원들로 가득했다. 트럼프는 카메라를 향해 “놀랍지 않으냐”고 했다. 

 


이날 발표는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14분 동안 TV 생중계로 진행됐다. 트럼프는 이틀 전 트위터로 발표시간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대법관 후보 2명을 최종 선발했고, 누가 최종 낙점되는지에 대해 엇갈리는 신호를 내보냈다. 이로 인해 이날 하루 종일 미 언론들은 대법관 지명에 대한 뉴스로 도배됐다.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대법관 지명자 발표를 긴장감 넘치는 황금시간대 이벤트로 펼쳐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리얼리티 TV쇼 무대를 백악관으로 옮겨왔다. 트럼프는 처음 대통령 전용기를 탔을 때 풀 카메라 기자단을 태워 그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을 찍도록 했다. 그가 집무실에서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을 재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는 서명한 문서를 카메라를 향해 들어 보였다. 전임 대통령들은 거의 하지 않은 행동들이다. 

 

하지만 이면은 조금 달라 보인다. 카메라 기자단은 트럼프가 다른 나라 정상들과 통화하는 장면만 재빨리 찍고 집무실에서 쫓겨나다시피 나갔다.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의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할 시간에 사무실에서 나와 ‘청중’이나 ‘게스트’로 서야 했다.  

 

‘시각적 효과’를 최우선에 두는 이런 연출은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지켜봤던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백악관에서는 최소한 전통의 외양과 질서와 평온을 기대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