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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퀘벡 모스크서 총기 난사…캐나다 “무슬림에 대한 테러”

2017.01.30


캐나다 동부 퀘벡주 퀘벡시티의 한 모스크에서 29일(현지시간) 기도하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숨졌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무슬림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난데없는 참사에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주도해온 캐나다의 포용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CBC뉴스와 라디오캐나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퀘벡시티 서쪽 생트푸아에 있는 이슬람문화센터(CCIQ)의 모스크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총을 난사해 6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일부는 중상을 입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당시 모스크에는 60여명이 있었다. 남성들은 1층에, 여성과 아이들은 2층에 있었다. 범인들이 1층에서 총을 쐈기 때문에 희생자들은 모두 남성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검은 옷을 입고 AK-47 자동소총을 소지했다. 한 목격자는 “복면을 한 괴한 2명이 모스크 안으로 들어와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며 총을 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 한 명을 현장에서, 또 다른 한 명은 릴드오를레앙 부근에서 붙잡았다. TVA누벨 방송은 용의자가 둘 다 27세이며 한 명은 퀘벡 출신, 또 다른 한 명은 아랍계라고 보도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도하던 무슬림들을 공격했다는 점에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혐오증)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를 비롯한 서방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는 최근 몇년 새 이슬람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의 무슬림 혐오범죄가 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모스크에서는 지난해 6월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때에도 누군가가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돼지 머리를 현관에 놓아둔 일이 있었다. 

 

캐나다 인구의 3%가 조금 넘는 105만명 정도가 무슬림인데, 이들 중 대다수가 퀘벡주와 온타리오주에 산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퀘벡시티에는 북·서부 아프리카 출신 이주자들이 많다. 특히 생트푸아는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무슬림 공동체가 형성돼 있다. CCIQ는 생트푸아에 있는 모스크 6곳 중 가장 크며 신자가 5000명 정도에 이른다. CCIQ 가까이에 있는 라발대학에는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다. 

 

관용과 화해를 외쳐온 캐나다 정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번 공격은 트뤼도 총리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난하며 “종교에 상관없이 난민들을 환영하겠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 벌어졌다. 

 

트뤼도는 성명에서 “예배 공간에서 무슬림을 향해 벌어진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무슬림 캐나다인은 우리나라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슬림들은 비슷한 공격들이 늘어날까 두려워하고 있다. 몬트리올 이슬람공동체센터의 모하메드 야쿠브는 알자지라방송에 “퀘벡인들과 캐나다인들에겐 슬픈 날”이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