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31
이민자도 아니었고, 무슬림도 아니었다. 내성적인 백인 대학생. 하지만 온라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랑스 극우정당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에게 존경심을 나타내는 등 극우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던 청년이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캐나다 동부 퀘벡주 퀘벡시티의 모스크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를 저지른 용의자 알렉상드르 비소네트(27) 얘기다.
비소네트는 범행 뒤 911 긴급전화를 걸어 경찰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현장에서 5km 떨어진 릴드오를레앙 부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당초 용의자로 알려졌던 또 다른 남성 1명은 목격자로 확인돼 풀려났다. 비소네트는 1급 살인과 살인미수 등 11개 혐의로 기소됐다. CBC, 몬트리얼가제트 등에 따르면 비소네트는 퀘벡시티 교외에 사는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다. 범행 장소인 이슬람문화센터에서 3km 떨어진 라발대학에서 정치학과 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라발대학은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다.
캐나다 퀘벡주 퀘벡시티에서 일어난 모스크 총기 난사사건 용의자인 알렉상드르 비소네트가 30일(현지시간)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퀘벡시티 _ AP연합뉴스
주변 사람들은 비소네트가 말이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요주의 인물로 찍힌 적도 없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달랐다. 난민 지원 단체에서 일하는 프라뇌루아 데상은 “비소네트는 라발대학과 소셜미디어에서 르펜을 지지하고 반페미니즘 성향을 보여 활동가들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민자들과 이슬람에 반대하는 사이트들에 들어가 지지 댓글을 많이 달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트럼프가 ‘테러 위협’을 들어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고 있을 때, 그를 좋아한 한 백인 청년은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스크에 들이닥쳐 총격을 가한 것이다.
범행 동기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캐나다, 특히 프랑스어권인 퀘벡주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이슬람 혐오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퀘벡의 무슬림들 중에는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등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이슬람 국가 출신들이 많다. 프랑스에서 차별을 받아온 무슬림들, 샤를리 에브도 테러나 2015년 11월 파리 동시다발 테러에 연루된 이들이 대개 그 지역 출신이었다. 캐나다의 모스크에서 총격으로 사람이 숨진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인데, 사망자 6명과 부상자 18명 중 대부분이 북아프리카 출신이다.
비소네트에게 희생자들은 ‘무슬림’이라는 집단으로만 보였겠지만 숨진 6명은 모두 아이가 있는 가장이었다. 가족에게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알제리에서 이민 온 라발대학 교수도 있었다. 또 다른 희생자들은 동료 이민자들을 돕던 모로코 출신 식료품 상인, 주 정부에서 일하던 알제리 태생의 프로그래밍 분석가, 기니에서 온 형제, 두 아이의 아빠인 튀니지 출신 약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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