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에서 막말과 비위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잠시 ‘자숙’하는 듯했던 아베 정권이 10·22 중의원 총선에서 압승하자 또다시 오만과 해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소속 야마모토 고조(山本幸三) 중의원 의원은 지난 23일 아프리카를 두고 ‘그렇게 검은 것’이라고 칭했다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같은 당 미하라 아사히코(三原朝彦) 의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하라 의원이 아프리카 국가 지원 활동을 펼치는 것과 관련해 “왜 그렇게 검은 것을 좋아하느냐”고 말했다.
비판이 커지자 야마모토 의원은 25일 “아프리카 대륙을 표현한 것으로,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발언을 철회했다. 야마모토 의원의 사무소는 “아프리카가 (과거) ‘검은 대륙’, ‘암흑대륙’으로 표현됐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흑인을 지칭해서 말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야마모토 의원의 막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방창생담당상이던 지난 4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문화재를 소개하는 학예사의 활동이 부진하다면서 “가장 큰 암은 학예사로, 이 패거리들을 쓸어버리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가 암 환자와 학예사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자민당 당 4역(간사장, 총무회장, 정조회장, 선대위원장) 중 1명인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 총무회장은 동성애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그는 23일 기후(岐阜)시에서 한 강연에서 일본을 찾는 국빈이 일왕 부부가 주최하는 궁중만찬에 참석하는 것에 관해 “국빈의 파트너가 동성일 경우 출석에 반대한다”면서 “일본 전통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일본을 국빈 방문했을 때 사실혼 관계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를 동반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나왔다.
이에 동성애자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로부터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성적 소수자를 배려하기 위한 관련법을 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다케시타 총무회장은 지난 9월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한 자민당 모임에서 “히로시마는 인구가 많지만 시마네(島根)는 (북한 미사일이) 떨어져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자민당 의원들의 부정·비위 사건도 잇달아 발각되고 있다.
가미타니 노보루(神谷昇) 중의원 의원은 총선을 앞둔 지난 9월말 자신의 선거구인 오사카(大阪)부 이즈미(和泉)시와 기시와다(岸和田) 등 시의회 의원 14명에게 210만엔(약 2000만원)의 현금을 건넨 사실이 들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고 있다. 같은 당 소속 중의원 의원인 와카미야 겐지(若宮健嗣) 전 방위 부대신은 자신이 대표인 정치자금 관리 단체가 작년 11월 정치자금으로 잠수함 조립식 모형과 디스플레이용 케이스를 19만엔(약 186만원)에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도쿄도의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지출보고서에는 관련 비용이 비품이나 소모품 지출인 것처럼 적었다.
아베 정권은 올 상반기 모리토모·가케학원 스캔들에 정부·여당의 망언이 잇따르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궁지에 몰린 바 있다.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由子) 의원의 비서관에 대한 “대머리야” 폭언·폭행,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의 “방위성·자위대, 방위상로서도 부탁하고 싶다”는 관권 선거 발언 논란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영향 탓에 자민당은 지난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대패를 맞기도 했다.이후 아베 총리는 ‘겸허한 자세’를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발 위기론을 적극 활용해 지난달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히틀러는 아무리 동기가 정당하더라도 안 된다”고 나치 독재자 히틀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집권 세력 내에는 망언이나 실언이 잦은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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