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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천하장사’ 요코즈나 하루마후지 폭행사건으로 결국 은퇴...일본 사회 술렁

요코즈나 하루마후지가 29일 은퇴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다자이후/교도연합뉴스

 일본 스모(相撲·일본 씨름)의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橫網·최상위 계급 선수) 하루마후지(日馬富士·33)가 29일 후배 선수 폭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하루마후지는 이날 후쿠오카(福岡)현 다자이후(太宰府)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카노이와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스모 팬, 스모협회, 후원회 여러분, 이세가하마 스승에 커다란 폐를 끼친 것을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요코즈나로서 해서는 안될 일을 했다”면서 “요코즈나의 이름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책임을 지고 싶다”고 은퇴의사를 밝혔다.
 하루마후지의 스승인 이세가하마는 이날 일본스모협회에 하루마후지의 은퇴신청서를 제출, 협회가 이를 수리했다.
 앞서 하루마후지는 지난달 25일 밤 돗토리(鳥取)현 돗토리시에서 열린 몽골 출신 스모 선수들의 술자리에서 몽골 출신 후배 다카노이와(貴ノ岩·27)의 불량스러운 태도에 격분해 머리 등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마후지는 경찰 조사에서 다카노이와를 맨손과 가라오케용 리모컨으로 때렸다고 인정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하루마후지의 폭행 사건에 대해선 다카노이와 측 신고에 따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었고, 스모협회도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루마후지는 기자회견에서 “선배 요코즈나로서 예의와 예절이 없을 때 가르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면서 “혼을 낸 것이 그를 상처주고, 세상을 소란스럽게 했다”면서 거듭 사과했다.
 몽골 출신의 하루마후지는 16세 때 일본으로 건너온 뒤 다른 선수들보다 20㎏ 정도 가벼운 체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운동신경과 속도감 넘치는 스모를 선보이면서 팬들의 인기를 얻었다. 지난 2012년 요코즈나에 올랐고, 마쿠노우치(1부 리그)에서 9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하루마후지의 은퇴로 지난 1월 일본 출신 기세노사토(稀勢の里)의 요코즈나 승진으로 맞은 17년 만의 ‘요코즈나 4인 시대’는 1년이 채 안돼 막을 내리게 됐다.
 요코즈나가 불상사로 인해 은퇴하는 것은 2010년 지인인 남성을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리는 사건을 일으킨 아사소류(朝靑龍) 이후 7년 만이다. 하루마후지는 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탓에 은퇴 후 ‘오야카타(親方·스승)’로 스모협회에 남아 지도자로서 활동할 수도 없다.
 일본 사회는 요코즈나의 폭행 사건과 이에 따른 은퇴로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요미우리·마이니치 등 주요 신문들은 이날 호외를 발행하는 등 하루마후지의 은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는 일본인이 사랑하는 전통 스포츠이자, 독특한 일본 문화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품격과 역량 양면에서 뛰어난 선수를 자격 조건으로 하는 요코즈나는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사실상 공인(公人)으로 여겨진다. 이런 요코즈나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가 받은 충격은 커 보인다. 과거 폭행 사건 등의 문제를 딛고 최근 만원 관중이 잇따르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스모계로서도 타격을 입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