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지사가 희망의 당 대표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14일 NHK가 보도했다. 지난 9월 희망의 당을 결성해 스스로 대표에 취임한 지 2개월 만이다. 희망의 당이 지난 10월 총선거에서 완패하면서 ‘고이케 극장’의 거품이 터진 여파가 그의 대표직 사임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NHK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이날 희망의 당 의원총회에서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공동대표 아래 새 집행부가 발족하는 등 당 정비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대표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주변에 전했다.
앞서 고이케 지사는 지난 13일 다마키 공동대표와 만나 새 집행부 구성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다마키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희망의 당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고이케 지사의 대표직 사퇴는 희망의 당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뒤 당내에서 ‘고이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형태가 된 셈이다.
앞서 고이케 지사는 지난 7월 도쿄도의회 선거 압승의 기세를 몰아 희망의 당을 창당, 한때 ‘양대 정당’까지 목표로 했다. 하지만 당시 제1야당인 민진당 보수·진보계를 ‘배제의 논리’에 따라 선별해 받아들인 게 여론의 반발을 부르는 등 혼란을 거듭하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희망의 당은 전체 의석(465석)의 과반수를 넘는 235명의 후보를 냈지만, 선거 전 의석인 57석을 밑도는 50 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제 1야당 자리도 55석을 얻은 입헌민주당에 내줬다.
희망의 당은 총선 이후에도 좀체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다. 당 지지율은 3%대로 떨어졌다. 지난 10~12일 실시된 NHK 여론조사에 따르면 희망의 당 지지율은 전달 조사보다 2.2%포인트 떨어진 3.2%였다. 산케이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여론조사에서도 전달 조사 때의 5.6%보다 더 떨어진 3.9%를 기록했다.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도 예전같지 못하다. 산케이·FNN 여론조사에선 고이케 지사의 지지율은 40.2%였다. 총선 전인 9월 조사에선 66.4%였다. 지난 12일 실시된 도쿄도 가쓰시카(葛飾) 구의원 선거 결과도 고이케 지사의 영향력 쇠퇴를 보여줬다. 선거에선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의 후보 5명 가운데 1명만 당선됐다.
고이케 지사는 희망의 당 대표를 사임한 뒤 도쿄 도정에 전념하면서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가 발족하지만, 희망의 당의 전도도 여전히 불안하다. ‘아베 대항마’로까지 꼽혔던 고이케 지사가 향후 또 한 번의 반전을 이뤄낼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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