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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기업은 도시바 사태 등으로부터 무얼 배웠나"... 커지는 고베제강 조작 파문

   “일본이 도시바 사태 등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알 수 있는 시험지다.”
 일본 3위 철강업체인 고베제강의 알루미늄·구리 품질 조작 파문이 ‘메이드 인 재팬(일본산)’의 국제적 명성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고 있다. 도시바의 회계 부정,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 닛산자동차의 무자격 검사 등 최근 몇 년 새 대표적 제조기업의 부정 문제가 잇따르면서 일본이 자랑해온 ‘모노즈쿠리(장인정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잇따른 부정 문제에도 불구하고 내부 감시 기능은 작동하지 않은 일본 기업의 조직 문화를 문제삼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베제강이 품질 데이터를 조작한 알루미늄·구리 제품은 자동차, 철도, 항공기, 로켓은 물론 방위산업에도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 중인 제트여객기 MRJ, 도요타 자동차의 본넷, 고속열차 신칸센 차량 등 안전과 관련된 부품이 많았다.  앞서 고베제강 측은 지난 8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출하한 알루미늄 제품 1만9300t과 구리 제품  2200t의 강도에 대한 데이터 조작 사실을 발표했다.
 일본 언론들은 대표 제조기업들의 부정 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해 우려와 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일 닛산은 무자격자가 완성차의 브레이크 등 안전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나 116만대 리콜을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했던 사실이 들통났고, 2015년 도시바는 대규모 회계 부정을 들켜 전·현직 최고경영자 3명이 모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세계 2위 자동차에어백 제조업체였던 다카타는 2004년 제품 결함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가 잇단 인명사고를 일으켜 지난 6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베제강 스캔들은 일본 제조업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파괴할 수 있는 이슈가 됐다”고 했고,  도쿄신문은 “닛산, 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업에서도 부정이 잇따르고 있어 일본의 ‘모노즈쿠리’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표 제조기업에 부정 행위가 끊이지 않는 배경으로 신흥국의 대두로 일본이 우위에 설 수 없게 된 상황이 거론된다. 모리오카 고지(森岡孝二) 간사이대 교수는 “극심한 경쟁에 노출된 경영진은 현장에 엄혹한 책임량을 과하는 한편, 숙련 기술자들을 비정규직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현장에 문제가 전가되면서 불상사가 일어나기 쉽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번 스캔들이 일본의 ‘급소’를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등 신흥 경쟁국에 대항하는 ‘셀링 포인트’로 ‘고품질’이라는 명성에 기대왔다. 이런 명성이 잇따른 부정 문제로 손상된 것은 적지 않은 타격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일본 제조기업 전체의 조직 문제로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다.  ‘거버넌스 포 오너스’의 오구치 도시아키(小口俊朗) 대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들은 경쟁 압박 등으로 인해 부정이 발생하면 쉽게 체크하지 않고 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노동자들이나 외부 독립기관으로부터의 철저한 검사나 비판을 막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시지마 신(牛島信) 변호사는 “이사회는 그들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사장이 사임함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