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 왼쪽)가 25일 ‘중의원 해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기 총선’을 통한 정권 연장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오른쪽)는 신당 ‘희망의 당’ 대표에 취임해 정면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국이 단숨에 ‘조기 총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아베 총리의 승부수가 통할지, 명분 약한 조기 총선과 정권 오만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불지 주목된다.
■ 아베 총리, ‘중의원 해산’ 공식화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8일 임시국회에서 중의원을 해산할 방침을 공식화했다. 다음달 22일 총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북한 정세를 들어 현 상황이 ‘국난’이라고 했다. “국난을 넘기 위해선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국난 돌파 해산”이라고 이름붙였다. “정권 연명을 위한 명분 없는 해산”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국난’이란 용어까지 동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9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의 증세분 일부를 ‘사람만들기 혁명’ 재원으로 돌려쓰겠다면서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세금 용도를 바꾸는 이상 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 위협론’도 적극 활용했다. 그는 “이런 때야말로 선거를 통해 북한 문제 대응에 대해 국민에게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일본 언론들은 내각 지지율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야당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을 노려 아베 총리가 조기 총선을 강행한 것으로 분석한다. 야당은 임시국회 소집과 동시에 국회 해산을 선언해 사학스캔들 추궁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 고이케 지사 “결투 선언”
‘아베 대항마’로 꼽히는 고이케 지사도 ‘맞불’을 놓았다.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3시간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27일 결성 예정인 신당 대표에 취임하겠다고 ‘선수’를 친 것이다. 그는 “진짜 의미에서의 개혁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조기 총선 카드를 빼들자, 전면에 나서 총선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고이케 지사는 “결투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7월 ‘도민퍼스트회’ 대표를 맡아 집권 자민당에 ‘역사적 참패’를 안겼다.
고이케 지사는 기자회견 직후 원전 문제로 아베 총리와 대립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만났다. ‘원전 제로’를 공약으로 제시해 유권자에게 호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당 결성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신당 결성을 논의해 온 현직 의원 5명 외에 자민당 소속 후쿠다 미네유키(福田峰之) 내각부 부대신,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대표, 민진당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전 국가공안위원장 등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 민심은 어디로
내달 22일 어느 쪽이 웃을지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다. 일단 여론은 아베 총리의 조기 총선 방침에 비판적이다. 이날자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56%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전날 교도통신 조사에서도 64%가 부정적이었다.
다만 비판표를 흡수할 세력이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다. 니혼게이자이 조사에선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민당이 44%, 제1야당 민진당과 ‘희망의 당’이 각각 8%였다. ‘모르겠다’는 20%였다. 니혼게이자이는 “30%에 이르는 무당파층에 주목하면 자민당에 유리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 대 1 대결’ 구도 성사 여부도 변수다. 민진·공산·자유·사민 등 야 4당은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전국 100곳 이상에서 후보를 낼 계획인 ‘희망의 당’은 후보 단일화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당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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