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헌법 개정 논의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달 안에라도 당 개헌안을 마련해 내년 정기국회에서 발의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잇단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최근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지지율을 회복하자 개헌을 밀어붙이는 쪽으로 돌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당 개헌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재개했다. 회의에선 헌법 9조 개정과 관련해 전쟁 포기를 선언한 1항과 전력(戰力) 불보유를 규정한 2항은 유지한 채 자위대의 근거 규정을 추가하는 아베 총리의 제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뤘다. 2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 규정을 추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이견이 나왔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회의에선 또 내년 정기국회 발의를 위해 당내 논의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참석자들 사이에선 중·참의원에서 개헌세력이 개헌가능의석인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발의를 못하면 정치적인 패배다” “빨리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야스오카 오키하루(保岡興治) 본부장은 “국민투표나 3분의 2 발의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테마를 국회에 제시하는 단계의 논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민당 간부는 아베 총리의 제안에 입각한 개헌 조문(條文)안을 10월 중에라도 정리할 것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자민당이 개헌 논의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 회복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일본 내에서 무장 강화론이 지지를 넓히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 전후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비(非)지지율을 상회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12일자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전달에 비해 8%포인트 높아진 50%를 기록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020년 개정 헌법 실시’를 내걸면서 개헌 논의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연이은 사학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난달 초 개각을 단행한 후 “(개헌에)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개헌 논의가 당분간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자민당 집행부는 내년 정기국회에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헌 스케쥴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당에 맡기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아베 총리의 바람대로 개헌론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자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은 전날 회의에서 “지금 자민당 개헌안은 2012년 초안이다. 이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은 만큼 바꾸려면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9조2항에 국방군의 보유를 명기하고 있는 2012년 자민당의 개정헌법 초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여당인 공명당도 소극적이다. 사이토 데츠오(齊藤鐵夫) 공명당 간사장 대행은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가 1년 반 이내에 있을 가운데 국회에서 발의할 환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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