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후에는 대중목욕탕에 ‘풍덩’.
일본에서 도심이나 공원·하천 주변에서 조깅을 하는 이들이 짐을 보관하고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는 ‘센토란’이 늘고 있다. 최근 10년 간 확산된 ‘마라톤 붐’에 힘입어 대중목욕탕의 인기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센토란’은 대중목욕탕을 뜻하는 일본어 ‘센토(錢湯)’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런(run)’을 합성한 말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대중목욕탕에서 짐을 일시적으로 맡아주고, 목욕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일본에선 2007년 도쿄마라톤 개최를 기점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퇴근 후 도심에서 달리기를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러너’들이 옷을 갈아입고 짐을 둘 수 있는 로커와 샤워를 제공하는 ‘러너즈 스테이션(runner’s station)’, 통칭 ‘런스테’가 도심 곳곳에서 생겨났다.
‘센토란’은 이 같은 유행에 착안한 것이다. 가정용 욕조의 보급 등 생활스타일의 변화와 낡은 이미지로 인해 갈수록 손님들이 줄고 있는 대중목욕탕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센토란’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중목욕탕은 도심의 ‘런스테’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 밤 늦게까지 한다는 점, 셀프 빨래방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 무엇보다 피로에 지친 몸을 따뜻한 탕에 담그고 느긋하게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도쿄에선 러너들의 ‘성지’로 불리는 고쿄(皇居·일왕의 거처) 둘레를 도는 ‘고쿄 러닝 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주변의 대중목욕탕을 찾는 러너들도 늘었다.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목욕탕 ‘반두슈’의 이용자는 4분의 3이 ‘고쿄 러너’다. 이 목욕탕은 한때 단골이었던 현지 주민들이 대부분 이사를 가버려서 폐업도 생각했을 정도로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하지만 도쿄마라톤의 개최를 전후해 이 목욕탕을 이용하는 러너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같은 지요다구의 목욕탕 ‘우메노유’에는 근처에 본사가 있는 스포츠메이커 미즈노와 연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즈노가 고쿄 주변에서 여는 러닝 연습에 참가한 사람에게는 무료 입장권을 배포해 ‘런너에게 특화된 목욕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에도강 천변 등 달리기 코스가 풍부한 도쿄 에도가와(江戶川)구의 대중목욕탕조합은 지난달부터 구내 목욕탕 26곳이 참가하는 ‘센토란’을 실시하고 있다. 러너들은 샤워뿐만 아니라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다. 목욕탕 단골과의 교류도 매력의 하나다. 달리기가 취미인 구와하라 마사토시(桑原將敏)는 “센토란을 계기로 어렸을 때 다녔던 목욕탕에 다시 가게 됐다”면서 “목욕탕 나름의 풍취가 좋다. 우리 동네에 이런 장소가 있었다는 걸 재인식하는 계기도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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