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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

[도쿄 부라부라]구룻토 패스와 함께 한 미술관 부라부라 2

 도쿄 신주쿠(新宿) 하면 아무래도 유흥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신주쿠교엔(新宿御苑) 같은 큰 공원도 있고, 도쿄 도청이 자리한 신주쿠역 서쪽 지구에는 미술관이나 콘서트홀 등 조금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도 흥행몰이를 하면서 그 배경을 찾아가는 ‘성지 순례’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주요 배경이 후쿠이현 히다지만, 남자 주인공이 사는 곳이 도쿄이고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곳도 도쿄이기 때문에 도쿄, 특히 신주쿠의 풍광이 많이 등장한다.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곳이 신주쿠 요쓰야 근처이고, 신주쿠역과 NTT 도코모 요요기 빌딩 등도 등장한다. 일전에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인 <언어의 정원>이 TV에서 방영됐는데, 여기도 배경이 신주쿠교엔이다.


 각설하고, 지난 6월 중순 도쿄구룻토 패스를 들고 신주쿠 서쪽 일대 미술관을 둘러봤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하쓰다이(初台)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오페라시티. 54층 고층 건물에 콘서트홀, 갤러리, 레스토랑 등 각종 상점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바로 옆에는 발레·오페라 등을 공연하는 신국립극장이 있다.
 오페라시티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는 광장이 있는데 사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입을 뻐끔거리면서 서 있었다. 


■오페라시티 아트갤러리
 3층에 있는 아트갤러리를 찾았다. 20세기 이후 일본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까지 가타야마 마사미치(片山正通)의 ‘백과전서’ 전을 하고 있었다. 가타야마는 유니클로 플래그십 스토어, 유나이티드 애로즈, 렉서스 매장 등의 프로젝트를 기획한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한다.

 가타야마는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의 ‘원더 월(Wonderwal)’ 사무실에는 CD나 책 컬렉션, 여행지에서 손에 넣은 골동품, 가구, 현대미술작품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고 한다. ‘Life is hard... Let’s shopping’이라는 이번 전시의 부제처럼 전시장에는 그가 모은 CD(음악을 흘러나오게 장치해 놓았다)와 서적을 비롯, 다육식물, 동물박제, 골동품, 가구, 현대미술,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독특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미술에 문외한이니 잡다한 지식으로 ㅠㅠ).
 북극곰 박제도 있고 스누피나 맥도날드 피에로 같은 익숙한 캐릭터도 있다. 팝 아트 같은 현대미술이 많다고 해야할까. 

  
전시 마지막에는 고개 숙여 절을 하고 있는 일본 인형을 만나게 된다.


■NTT 인터커뮤니케이션 센터
 오페라시티 4층에 있다. 최첨단 멀티미디어기술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를 전시하고 있다.
 ‘오픈 스페이스-미래의 재창조’ 전을 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채용한 작품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의 프로젝트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신기한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환경방사능을 감지해 풍경이 울리도록 한 것도 있었고, 형광봉 같은 것을 움직이면 빛의 색깔과 소리가 함께 변하는 곳도 있었다.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첨단 기술들인데 이상한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다.



■고가 마사오 음악박물관
 구룻도패스가 있어서 내친 김에 가본 곳이다.
 일본 대중음악 작곡가인 고가 마사오(古賀政男·1904~1978)를 기념하는 박물관이다. 고가의 약력이나 대표곡, 악기를 전시하고 있고, 서재 등 저택 일부도 재현해놓았다. 일본 대중음악사에 공헌한 이들의 사진으로 꾸며놓은 대중음악의 전당도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가 마사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 상당수를 작곡한 모양인데 헤드폰을 끼고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설치돼 있다. 
 이 박물관 건물에는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이 있는 모양이다. JASRAC은 최근 노래방은 물론, 술집이나 미용실에서 트는 음악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낼 것을 요구하면서 일본 뉴스에 곧잘 나오고 있다.


 고가 마사오 음악박물관은 요요기우에하라(代々木上原)역 가까운 곳에 있다. 요요기우에하라역 근처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빵집, 레스토랑이 산재해 있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인 모양이다. 망 마노라는 빵집을 들렀다. 여기 셰프가 프랑스 파리의 유명 호텔의 빵 셰프였다나. 다른 건 잘 몰라서 크로와상 몇 개 구입.


 다시 신주쿠역으로 돌아가는 길.

 도쿄 도청이 보이는 중앙공원에 들러 더위를 좀 피했다.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하는 하늘색과 흰색 수국이 여기저기 피어 있다. 그 다음 둘러보려고 한 곳은 손보재팬미술관. 중앙공원 바로 앞에 있다. 프랑스 랭스 미술관 작품전을 한다고 했는데 입장 시간이 거의 다 지나서 단념. ‘러브’ 조형물을 지나 신주쿠역으로 부라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