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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 들썩이게 한 포켓몬고 출시 1년, 지금은

 
 일본 오사카(大阪) 덴포잔(天保山) 공원은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 ‘포켓몬고’의 성지(聖地)로 통한다. 이곳에 가면 진귀한 ‘포켓몬’ 캐릭터가 스마트폰에 많이 출몰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모으려는 젊은이들로 붐볐다. 하지만 지난 2일 공원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장년 플레이어’들이었다. 게임을 즐기고 있던 한 남성(48)은 “휴일에 할 일도 없고, 집에서 한가하게 있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1일 전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열광에 빠뜨렸던 포켓몬고가 선보인 지 1년이 지났다. 언론들은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번졌던 포켓몬고 열풍이 몇 개월만에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막강한 사용자수를 자랑하고 AR 게임 개발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젊은층 대신 중장년층들이 포켓몬고를 조용히 지지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 많던 ‘포켓몬고 헌터’들은 어디로
 포켓몬고는 미국 구글의 사내 벤처였던 나이언틱과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가 공동 개발했다. 지난해 7월6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출시된 후 현재 15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다.

 포켓몬고는 출시와 함께 큰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가상의 포켓몬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 든 사람들이 공원이나 도로, 심지어 교회 앞으로 몰려들었다. 심지어 게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가 되기 전에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속초행 버스가 매진되는 등 열풍이 일어났다. 
 
 포켓몬스터의 발상지인 일본은 세계에 다시 한 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파워를 과시했다는 자부심에 넘쳐났다. 
 하지만 열광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일본의 경우 게임이 출시된 지난해 7월에만 월 1회 이상 포켓몬고를 하는 사용자가 1100만명에 달했지만,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사용자가 절반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 6월 현재 사용자는 400만명을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더 이상 ‘포켓몬 헌터’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는 풍경은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포켓몬고 열풍은 사그라들었지만, ‘돈벌이 엔진’으로서 포켓몬고의 위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나이언틱에 따르면 한창 때인 지난해 8월의 1억명에 비해선 줄어들긴 했지만, 포켓몬고 사용자는 6500만명에 달한다. 포켓몬고의 전 세계 매출은 12억달러(약 1조3800억원)로 세계적인 인기 모바일게임 ‘캔디 크러쉬 사가’(6100만달러)나 ‘클래시 로얄’(850만달러)의 매출액을 훨씬 웃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과 구글이 제공하는 수백만 개의 응용 프로그램에는 수천 개의 AR 게임이 포함되어 있지만 포켓몬고에 필적하는 성공을 거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포켓몬고 열풍은 또한 AR에 대한 급속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은 올초 AR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포켓몬고가 AR이 스마트폰에서 성공적일 수 있다는 타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층이 든든한 지지자로
 젊은층을 대신해 중장년층이 포켓몬의 ‘충성스러운 지지자’ 자리를 메우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장년층은 운동부족을 해소하거나 남는 시간을 달래기 위해 포켓몬고를 ‘외출의 친구’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 1년 사이 포켓몬고 사용자의 세대별 비중이 20~30대가 62%에서 52%로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은 38%에서 48%로 늘어났다. 중장년층에겐 포켓몬고가 건강기구 역할을 한다. 오사카시의 한 남성 회사원(56)은 “단신 부임이라서 외출할 이유가 없어서 포켓몬고를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클럽에서 포켓몬고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바대 예방의학센터의 하네다 아키라 교수는 “걷기가 비만이나 고지혈증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운동을 습관화하도록 하는 포켓몬의 구조가 대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정년 퇴임을 한 노년층이 포켓몬고에 빠져든 경우가 적지 않다. 안토니 서우(61)는 친구들과 함께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이자 한때 포켓몬고의 성지였던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하루에 두 시간  정도 포켓몬고를 한다. “집에서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포켓몬의 발상지인 일본에선 포켓몬고를 관광 진흥에 활용하려는 지자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3경’의 하나로 꼽히는 교토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의 관광협회는 포켓몬고 운영회사와 제휴해 주변 관광지와 게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를 함께 맞춘 지도를 지난 3월 발표했다. 관광객들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포켓몬고’의 인기를 빌리겠다는 것이다. 미야기(宮城), 후쿠시마(福島), 사이타마(埼玉)현의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지도 제작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다만 성공사례는 아직까지 많지 않아서 관광활성화에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마이니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