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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혈연 넘어 ‘확장가족’으로 가야” <초솔로사회> 저자가 본 ‘독신사회 일본’

 “앞으로 독신이나 미혼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겁니다. 이혼이나 사별로 언제든지 ‘솔로’로 돌아올 수 있고요. 결국 전통적인 지연이나 혈연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라카와 카즈히사(荒川和久·54)는 일본 광고회사인 하쿠호도(博報堂)의 ‘솔로활동계 남자연구 프로젝트’ 팀장이다. 지난 1월 그는 <초솔로사회-독신대국 일본의 충격>이라는 책을 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는 사회를 예고했고, ‘초솔로 사회’라는 말을 유행시켰다. 실제로 지난 4월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50세까지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인 일본의 ‘생애미혼율’은 2015년 기준으로 남성이 23.4%, 여성은 14.1%였다. 남성 4명 중 1명, 여성은 7명 중 1명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라카와는 28일 도쿄 시내 포린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독신사회가 돼가는 일본을 진단하며 “자신이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사회 전체가 아이를 기르고 지원해주는 ‘확장가족’이란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2035년이면 일본 인구의 절반이 미혼, 이혼, 사별 등으로 싱글 생활을 하는 독신자가 될 것으로 봤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로 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고령인구보다 독신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선 2012년부터 ‘표준세대’라 불려온 ‘부부와 자녀’의 가족형태보다 단신(單身) 세대가 더 많아졌다.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다. 이 세 나라와 러시아를 합한 4개국 싱글 숫자가 전 세계 단신 세대의 43%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남성은 수입이 낮을수록 미혼율이 높은 반면, 여성은 수입이 많을수록 미혼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아라카와는 “남녀 모두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고 하는 메이지 시대 이후의 개념에 무의식적으로 얽매어있는 면을 부정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300년 전 에도(현재의 도쿄)와 현재 상황이 닮았다고 주장했다. “에도의 독신 남성 비율이 지금 도쿄와 비슷한 50% 정도였습니다. 에도는 이런 독신 남성들을 지탱해주는 산업과 문화가 번창했어요. 그래서 스시나 덴푸라(튀김), 야타이(포장마차)같은 음식산업이 발달한 것도 독신 남자 고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에도의 독신남성은 자손을 남기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이어지는 문화와 산업을 남겼다는 것이다.

  아라카와는 40대 독신 남녀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프랑스나 스웨덴, 영국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결혼규범에 동의하는 사람이 20~30%인데 비해 일본은 60%”라면서 “일본의 미혼 남녀는 이런 규범에 무의식적으로 얾매여서 자신이 아직 결혼하지 못한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것이 높은 불행도와 연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속박하고 있는 규범이나 생활 스타일을 바꿔나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미혼 남녀의 소비가 왕성한 것도 이런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아라카와는 설명했다. 그는 “이들의 소비 기준은 물건이나 가치가 아니라 승인이나 성취감”이라면서 “사회적인 가치를 소비하는 것, 물건이 아니라 일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소비 패턴을 그는 ‘에모(emotional·감정) 소비’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이 초솔로사회로 가는 것은 불가피해보인다. 이는 가족이나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가 힘을 잃어가면서 사회의 개인화가 진행되는 것과 통한다. 아라카와는 ‘초솔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연이나 혈연이 아닌 공감하는 사고방식이나 공통의 목적 등으로 이어지는 ‘확장가족’이 미래의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독신사회는 가족과 대립하는 게 아니다. 독신이라서 좋다, 나쁘다 말한다고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확장가족’을 얘기하는 건 독신이든 결혼한 사람이든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며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해 인구 감소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개인적으로 인구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50년 후에는 현재 1억2000만명인 일본 인구가 8000만명, 더한 경우 6000만명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봐도 지금 1억2000만명이라는 인구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걸 기준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한가 싶습니다. 결국 인구 감소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8000만명으로도 모두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더 긍정적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