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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지지율 30%대 급락...추락인가, 잠깐의 ‘반작용’인가

 독주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1강 체제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일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한 이후 민심 이반이 멈추지 않으면서 집권 자민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지율 36%로 최저치... 2개월만에 25%포인트 급락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36%로 지난달 17~18일의 49%보다 13%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 아베 내각이 발족한 이후 최저치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한 것은 처음이다. 안보관련법을 강행한 직후인 2015년 9월의 41%보다도 낮다. 5월 조사에서 61%였던 내각 지지율은 두 달 만에 25%나 떨어졌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1%포인트 상승한 52%로 최고치였다. 아사히신문 8~9일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33%로 지난 1~2일의 38%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역시 2012년 2차 정권 출범 이후 최저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42%에서 47%로 5%포인트 상승했다.
 아베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뒤 “깊이 반성한다”고 몸을 낮추면서 민심을 붙잡기 위해 부심해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 등 경제와 외교 행보, 8월초 대규모 개각 예고 등을 통해 지지율 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셈이다.

■드러난 ‘아베 1강’의 허상
 지지율 추락의 원인은 아베에 대한 불신이다. 요미우리 조사에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가 49%로 가장 많았다. 아베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에 총리 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아베와 측근들은 발뺌으로 일관했다. 자민당 중진 의원은 “국민들에게는 냄새나는 물건에 뚜껑을 덮고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라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도쿄도의회 선거를 계기로 ‘아베 1강’의 허상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치야마 유(內山 融) 도쿄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역시 아베 정권은 안돼’라는 생각이 퍼졌고, 아베 내각을 모두가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들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베 지지율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쿄도의회 선거가 아베 1강 체제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우치야마 교수는 “봉쇄됐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면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이 앞으로 나서면서 ‘아베 1강’ 체제가 도전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수습 못할 경우 벼랑 끝에 몰릴 수도 
 전문가들과 일본 언론들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지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한자릿수다. 하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자칫 ‘불명예 퇴진’이라는 벼랑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차 아베 내각 출범 당시 아베의 평균 지지율은 47%(이하 요미우리 조사)였지만 사임 직전엔 29%까지 추락했다. 단명으로 끝난 자민당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 민주당(현 민진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간 나오토(菅直人)·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재임 막판 18~28% 수준이었다. 아베 지지율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빨리 제동을 걸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개헌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아베는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이후에도 이번 가을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개헌정족수(3분의 2)인 현재 의석을 유지하려고 중의원 해산을 최대한 미루다가 지지율이 더 급락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국회에선 가케학원 스캔들을 폭로한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마에카와는 “총리 관저의 의향이 있었다”고 재차 주장했지만, 정부 측은 총리 관여를 부인했다. 이날 심사에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 보좌관은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