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밤 일본 도쿄 다이토구의 대중목욕탕 ‘히노데유’. 100년이 넘은 이 목욕탕이 이날만은 ‘댄스 목욕탕’으로 변신했다. 그것도 음악 소리가 들리지 않는 ‘침묵’의 댄스장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무선헤드폰을 끼고 DJ가 들려주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 한바탕 춤을 춘 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땀을 흘려보냈다. 한 참가자는 “정말 조용했다.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디스코가 가능한 게 신선하다”라고 말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45명이 참가한 이날 이벤트에 응모한 사람은 5000명 가까이 됐다.
일본에서 무선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즐기는 ‘사일런트(Silent) 페스티벌’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전했다. 발상지는 유럽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에선 최대 음악 이벤트인 ‘서머 소닉 페스티벌’에서 2000년부터 부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사일런트 페스티벌 전문 기획사도 생겼다. 참가자들은 무선 헤드폰을 통해 DJ석에서 흘려보내는 음악을 ‘혼자’ 즐긴다. 음악 이벤트인데도 행사장에는 고요함만 떠돈다. 다른 참가자들과 같은 음악을 듣지만, 스스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헤드폰을 벗으면 ‘침묵’의 공간이 펼쳐진다. 통상의 음악 이벤트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체험이 참가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음 문제가 없고, 음악을 즐기기 힘든 장소에서도 이벤트를 열 수 있다. 처음에는 공원에서 열리던 것이 해변이나 음식점, 대중목욕탕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 5월에는 조명을 끄고 어두운 행사장에서 음악을 즐기는 ‘블랙 사일런트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20~30대 여성이 많다. 음악이나 댄스를 좋아해도 클럽에 가기에는 겁이 나고 파티에서 분위기를 타는 것도 어색한 사람들이 “이곳이라면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참가한다. 다른 음악축제에 비해 혼자 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혼자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과 달리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사일런트 페스티벌 기획사인 ‘오존(Ozone)’의 아메미야 유(雨宮優) 대표는 “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 라이브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자유가 가능하다. 자신의 감성에 맞춰 즐기는 방식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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