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히토쓰바시에 있는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에선 오는 7월 반세기 만에 개정판이 나오는 고전 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문고본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이 출판사가 간행한 <신일본고전문학대계> ‘겐지모노가타리’의 본문과 주석을 문고본으로 재구성해 교정쇄를 만들고, 일문학자인 후지이 사다카즈(藤井貞和) 도쿄대 명예교수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주석을 더하고 있다. 이와나미쇼텐은 최근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를 86년 만에 전면 개정한 문고본도 내놨다. 이리타니 요시타카(入谷芳孝) 편집장은 요미우리신문에 “고전의 개정판이나 새 번역은 수시로 하는 일이다. 좋은 책을 내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고본인 ‘이와나미 문고’가 올해 창간 90주년을 맞아 ‘조용한 도전’을 하고 있다.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적 가치가 있는 책을 매우 간단한 형식으로 내놓는다”는 창간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고전을 더하고,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1913년 세워진 이와나미쇼텐은 독일 ‘레크람 문고’를 본떠 1927년 이와나미 문고를 만들었다.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마음>, 앙리 푸엥카레의 <과학의 가치> 같은 동서양 고전들을 싸게 보급해 문화의 대중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문고본 맨 뒷장에는 “독서자(讀書子)에게 다가간다”라는 창간사 한 구절이 써 있다.
지금까지 나온 문고본은 약 6000종. 색깔별로 구분돼 있다. 해외문학(빨강)이 40%, 철학·종교·역사(파랑) 30%, 일본 근대문학(녹색) 16%, 일본 고전문학(노랑) 8%, 경제·법학·정치(흰색)가 6%를 차지한다. 가장 많이 팔린 책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립톤>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루소의 <에밀>, <논어>도 상위를 차지한다.
한때는 “불황이 되면 문고본이 팔린다”는 속설이 통했으나 오랜 출판 불황은 이와나미 문고도 피해가기 힘들었다. 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문고본 판매금액은 전년보다 6.2% 떨어진 1069억엔(약 1조788억원)으로 3년 연속 6%대 감소를 보였다. 최고치였던 1994년 1454억엔의 70% 수준이다.
이와나미 문고는 고전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최근에는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 자선(自選) 단편집> <자선 다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 시집> 등 현역 작가의 책으로 폭을 넓혔다.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는 책의 전면을 띠지로 덮었다. 올해에는 지식인들이 이 문고 가운데 추천하는 책 3권을 모아서 소개하는 <도서>라는 이름의 책도 내놨다. 사후 90년을 맞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책도 예정돼 있다.
다른 문고본 출판사들도 불황을 뚫을 궁리들을 하고 있다. 1914년 일본에서 문고본을 처음 내놓은 신초(新潮)는 신간 종수를 줄이기로 했다. 문고본 수를 3000종으로 유지하되 판매 부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쿠마 문고는 문고본에 손글씨를 적은 띠지를 두른다. 가도카와는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끈 <너의 이름은>을 비롯해 가벼운 소설부터 학술서적까지 종합적으로 특색있는 책들을 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 문고본은 1050만부나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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