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10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흥시설, 대학·학원, 극장 등에 대해 영업 중단을 요청했다. 지난 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쿄도를 비롯한 7개 광역자지단체에 대해 긴급사태를 선포한 데 맞춰 낼 예정이었지만, 대상 시설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으로 사흘이 지나서야 내놓은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국면에 정부·지자체가 혼란만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도쿄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흥시설, 대학·학원, 운동시설, 극장 등 집회·전시시설, 상업시설 등 6개 범주에 대해 기본적으로 영업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시설, 생활필수물자 판매시설 등에 대해선 사회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설로, 원칙적으로 영업을 계속하면서 적절한 감염방지대책에 대한 협력을 요청한다”고 했다. 영업을 인정하는 시설로는 백화점, 홈센터(주택용품 판매점), 슈퍼마켓, 주점을 포함한 음식점, 찻집, 호텔, 은행, 증권거래소, 대중목욕탕, 전당포, 이발소·미용실 등이다. 음식점에 대해선 오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영업하고 주류 판매는 오후 7시까지만 하도록 요청했다. 시행 시기는 11시 0시부터라고 고이케 지사는 덧붙였다.
도쿄도는 당초 백화점과 이발소·미용실, 홈센터 등도 영업 중단 요청 대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정부 측에서 “범위가 너무 넓다”고 난색을 보이면서 당초 긴급사태 선포 당일인 7일 발표될 예정이던 영업 중단 요청은 10일로 미뤄졌다.
도쿄도는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선 외출 자제와 함께 광범위한 휴업 요청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7일 “목적이 무엇인지가 최대 포인트.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면 정부 측은 경제에 대한 타격이나 사회 혼란 등을 우려해 대상 범위를 좁히기를 원했다. 우선 외출 자제 요청의 효과를 2주일 정도 지켜본 뒤 영업 중단 요청 여부를 판단하자고 했다.
협의를 이어가던 양측은 9일 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경제재생상과 고이케 지사가 직접 만나 대상 시설에 합의했고, 이날 발표에 이르렀다.
정부와 도쿄도가 불협화음을 내는 동안 도쿄도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빨라졌다. 지난 9일 181명의 감염이 확인돼 하루 최다 확진자 수를 또 갱신했다. 도쿄의 확진자 수는 누계로 1500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도쿄도의 대립을 두고 마이니치신문은 이날자 사설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국면에 믿기 힘든 혼란”이라면서 “정부는 위기감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사사키 노부오 주오대 명예교수도 아사히신문에 “도쿄도도, 정부도 되는 대로 정치쇼를 하고 있는 인상”이라면서 “곤란해지는 건 일반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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