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피난지가 아니에요”, “지역 방문은 삼가주세요”.
코로나19 감염 급증으로 긴급사태가 선포된 일본에서 ‘코로나 피난’ 경계령이 나오고 있다. 긴급사태가 선포된 도쿄와 오사카 등 7개 도도현(都府縣·광역지방단체) 주민들이 감염이 적은 인근 현이나 휴양지 등으로 ‘탈출’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다.
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의 관문 신치토세공항 등에선 “7개 도도현으로부터 오는 분들은 2주간 외출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포스터와 유인물이 뿌려졌다. 한때 감염자가 전국 최다였던 홋카이도는 감염 확산이 진정된 상태지만, 최근 도쿄에서 방문한 이들의 감염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홋카이도 지사는 지난 7일 대책회의에서 “‘몸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잠깐 놀러 갈까’라는 것은 삼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 남단 오키나와(沖繩)현에서도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본토에서 떨어진 탓에 감염자용 병상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마키 데니 지사는 ‘오카나와 방문 자제’를 요청했다. 관광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오키나와현으로선 이례적인 대응이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이와테(岩手)현도 7개 도도현 주민에 대해 “다른 지역 왕래는 삼가기를 부탁드린다”는 지사 명의의 코멘트를 발표했다.
실제 도쿄 등을 떠나 지방을 찾는 사례가 일부 확인되고 있다. 확진자가 없는 돗토리(鳥取)현의 유명 관광지인 돗토리 사구에는 최근 도쿄 등 수도권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관광객은 “감염자가 한 명도 없어서 안전하니까 왔다”고 TBS방송에 말했다. 오키나와현 이시가키(石垣)섬에는 예년에 비해 일본인 관광객이 늘었다고 현지 호텔 관계자는 전했다.
도쿄에서 신칸센(고속열차)으로 한 시간 거리로 별장지로 유명한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에는 최근 일주일새 도쿄 번호판을 단 차들이 늘었다. 한 달치 식량을 사들고 별장을 찾는 이들도 목격됐다. 가루이자와 인근 지노(茅野)시 측에는 슈퍼마켓 주차장 등에서 도쿄 번호판을 단 차들이 급증한 것을 본 주민들로부터 감염 확대를 우려하는 이메일이나 전화가 쇄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시에 있는 별장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감염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7개 도도현과 인접한 지자체의 경계감도 크다. 가나가와(神奈川)현과 인접한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와카바야시 요헤이 (若林洋平) 시장은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고텐바시는 피난지가 아니다”라며 7개 도도현 주민들에게 거주지에 머물러줄 것을 호소했다. 도쿄와 가까운 도치기현의 후쿠다 도미카즈(福田富一) 지사는 “‘코로나 소개’(疏開·공습 등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을 분산함)라는 얘기도 듣는데,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환영할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산부인과학회 등은 임신부에 대해 급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출산하는 것을 피해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를 발표했다. 감염 위험이 높아져 의료기관의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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