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발령한 긴급사태 선언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긴급사태 선언에 따라 대상 광역지자체가 휴업을 요청하는 시설의 범위를 놓고 정부와 견해가 엇갈리면서 시행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긴급사태 선포와 함께 일본 정부가 내놓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 등에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도쿄 줄다리기로 휴업 요청 보류
아베 총리는 7일 도쿄, 가나가와, 사이타마, 지바 등 수도권을 포함해 오사카, 효고, 후쿠오카 등 7개 광역지자체에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하지만 이에 맞춰 도쿄도가 발표할 예정이던 휴업 요청 대상은 10일로 미뤄졌다. 정부와 도쿄도의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앞서 도쿄도는 6일 ‘기본적으로 휴업을 요청할 시설’, ‘시설 종류에 따라 휴업을 요청하는 시설’, ‘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등 3가지로 분류한 안을 제시했다. 휴업 요청 대상에는 대학과 학원, 운동시설, 극장, 백화점·이발소·홈센터 등 상업시설, 바·주점 등 오락시설이 포함된다고 일본 언론은 전날 대대적으로 전했다. 이에 따라 미리 휴업을 결정한 시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백화점이나 주점, 옥외운동시설 등이 대상이 되는 점 등을 들어 “너무 엄격하다”면서 난색을 표시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가 “기업의 움직임을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고 범위를 좁히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도 전날 중의원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발소나 미용원, 홈 센터 등을 이용 제한 대상으로 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오후 열린 협의에서 양측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10일 다시 휴업 요청 대상 시설들을 제시하기로 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속도감도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대립에 일본 국민들의 불안만 커지고 있다. 휴업 요청 대상 발표가 미뤄지면서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이 대상이 되는지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 콜센터에는 개설 첫날인 7일 아침부터 전화가 잇따라 하루에만 약 1500건의 문의전화가 왔다.
■‘사상 최대’ 경제대책에도 의문부호
아베 총리가 “사상 최대 규모”, “국내 총생산(GDP)의 20%”라고 자랑한 108조엔(약1200조)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을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사업규모에는 작년말 결정한 경제대책이나 이미 발표가 끝난 감염대책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것도 포함돼 있다. 나중에 변제를 요구하는 융자 등의 금액은 물론, 납세나 사회보험료지불 유예분 26조엔도 더해졌다. 실제 정부가 새롭게 지출하는 금액은 일반·특별회계 18조6000억엔이다. 정부 관계자는 “납세 유예분마저 더하는 것에는 위화감이 있다. 알맹이가 없으니까 규모로 과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가구당 현금 30만엔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일찌감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금지급 대상은 올해 2~6월 중 월수입이 줄어 연간 기준으로 주민세비과세 수준이 됐거나 수입이 반감해 연간 주민세비과세 수준의 2배 이하까지 떨어진 경우다. 아사히는 이럴 경우 월수입 20만엔이 11만엔으로 줄어든 가구도 대상에서 빠진다고 지적했다.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일본공산당 서기국장은 지난 6일 “대상자가 좁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집권 자민당에서도 “역시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하지 않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도 “요건이 복잡하고 창구의 혼란도 우려된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신속하게 효과가 미치지 않으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책도 속빈 강정으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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