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역 앞 공원에서 슈트 케이스를 끌던 40대 남성은 목소리를 떨궜다. 그는 슈트 케이스가 “소지품의 거의 전부”라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주거하던 아파트의 화재와 병, 이혼, 그리고 실업…. 이후 넷카페(한국의 PC방) 등을 전전하면서 일자리를 찾고, 공사현장이나 공장에서 일했다.
8일 발령되는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시설 사용 제한 등으로 도쿄 도내에만 약 5000명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숙자나 ‘넷카페 난민’이 갈 곳을 잃고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를 포함한 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을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포할 예정이다. 긴급사태가 선포되면 해당 도도부현 지사는 ‘신형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에 따라 사업자 등에게 감염 방지에 필요한 협력을 요청할 수 있다. 도쿄도가 전날 마련한 긴급사태 조치안에 따르면 긴급사태 선언 시 도쿄도가 휴업 요청을 하는 대상 시설에는 넷카페나 망가킷사(만화방)도 포함돼 있다.
넷 카페는 한국의 PC방과 비슷하지만, 샤워실도 있고 독방 형태로 잠을 잘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주거가 없이 넷카페에서 기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넷카페 난민’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도쿄도가 2018년 공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거주지가 없이 넷카페나 망가킷사, 사우나 등에서 자는 사람들은 하루당 약 4000명으로 추산됐다. 노동형태는 파트타임이 38.1%, 파견노동자가 33.2%로 4000명중 70%가 넘는 3000명 정도가 불안정한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도쿄 도내 노숙자는 1800명이다.
이 때문에 넷카페 등의 시설이 영업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곤란해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앞서 40대 남성은 도쿄신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면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선불식 휴대전화 충전도 안된다”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원단체들은 행정 당국에 이들 ‘넷카페 난민’ 등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장소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빈곤 지원에 노력해온 비영리단체 ‘자립생활서포트센터·모야이’의 오니시 렌(大西連) 이사장은 “넷카페나 24시간 영업 음식점 등이 운영을 자제하면 있을 곳을 잃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에는 최근 “이벤트 자제로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계약 만료 후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등의 상담이 연일 들어오고 있다. 오니시 이사장은 “현재 정비 중인 올림픽선추촌을 숙박장소로 개방하면 좋겠다”고 서명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생활곤궁자와 노숙자를 지원해온 단체 6곳이 호텔이나 민간시설을 빌려서 이들의 거처를 확보해달라고 도쿄도에 요청했다. 비영리단체 ‘TENHSI’의 세이노 겐지(淸野賢司) 사무국장은 도쿄신문에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이제부터”라면서 “주거를 잃은 사람이 거리에 나와 집단감염을 확산시키면 종식도 늦어진다. 사회 전체에서 생각해야할 문제”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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