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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베 '올림픽 성공 집착' 초반 찔끔 대책이 사태 키워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선 19일 현재 감염자가 621명으로 전체 승선자의 17%에 육박했다. 연회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와 병원 등 지역사회 감염도 확산되고 있다. 도쿄를 비롯해 오키나와부터 홋카이도까지 일본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번졌다. ‘방역선진국’으로 불렸던 일본은 왜 이렇게 됐을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6일 대책회의에서 “선수(先手)에 선수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뒷북에 뒷북을 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전세기편으로 귀국한 자국민 가운데 감염이 확인되고서야 2주일간의 격리를 결정했다. 크루즈선 집단감염이 확인된 5일에서야 격리조치를 취했고, 승선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하선 시점을 두고도 갈팡질팡했다. 늦은 대처에 대한 비판이 커졌지만 일본 정부는 “전례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례만 답습하다간 ‘소테이가이(想定外·상정 밖)’ 사태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산발적 국내 유행’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정부는 병원균의 국내 침입을 막기 위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방역정책을 펴는 ‘미즈기와’(水際·물가) 대책에만 집중했다. 크루즈선 승선자들은 육지에 내리지 못하게 하고 2주간 해상 격리했다. 이런 조치가 거꾸로 선내 감염을 확대하거나 승선자의 건강을 헤친다는 우려에는 귀를 막았다. 크루즈선 감염이 상륙 전 확인됐다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서 일본이 아닌 ‘기타’ 지역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객선에 탄 사람들이 밀폐에 가까운 연금 생활에 들어가면서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날 79명의 감염자가 추가 확인돼 3711명의 승객·승무원 중 621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크루즈선을 선상 격리해 인도주의 논란까지 빚었지만, 정작 일본 국내 방역망은 뚫렸다. 감염경로도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해선 안된다는 표본”이라고 했다.
 검사체제 정비도 소홀했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승선자 전원이나 중국 여행 경력이 없는 증상 의심자에 대해 유전자 증폭(PCR)검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국립감염증연구소와 지방위생연구소에선 하루 최대 1500명 검사가 가능하지만, 검사 인원이나 시약 부족 때문에 ‘풀가동’할 수 없다고 했다. 민간기관을 활용하면 검사능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에야 검사능력 확대를 추진했고, 하루 최대 검사가능 인력을 3000명까지 끌어올렸다.
 방역 현실보다 정치 논리가 앞선 것도 사태를 키웠다. 크루즈선 격리나 미즈기와 대책은 “입국금지 등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보수 여론을 의식하고, 국민들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관광이나 경제에 대한 타격을 줄이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올해 최대 ‘이벤트’로 7월 도쿄올림픽에 목을 매고 있다. ‘벚꽃을 보는 모임’ 등 각종 스캔들, 경제 침체 등 각종 악재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덮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대국’ 이미지가 퍼질 것을 우려해 무작정 미즈기와 대책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중국에 이은 코로나19 최다 발생국이 되면서, 도쿄 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