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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감시사회로 가는 일본...아베 정권, 공모죄 법안 편법 강행 처리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밀어붙여온 ‘테러 등 준비죄’, 이른바 ‘공모죄’ 법안이 15일 국회를 통과했다.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게 하고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게 해 일본을 ‘감시사회’로 몰아갈 것이라며 야권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대해온 법안이다. 

 참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과 일본유신회의 찬성 속에 공모죄 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지난달 23일 중의원을 통과했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편법까지 동원했다. 전날 참의원 법무위원회에서 법안 표결을 생략하고 중간보고 형식만 거친 뒤 본회의에 보낸 것이다. 

 민진당 등 4개 야당이 반발하면서 아베 내각 불신임결의안까지 냈지만 15일 새벽 부결됐다.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서 법안 반대 집회가 열렸으나 여당은 숫자를 앞세워 끝내 통과시켰다. NHK 등의 여론조사에서 법안에 대한 찬반은 비슷하게 나오지만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40%에 이른다. 그래서 먼저 폭넓게 심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18일 정기국회 회기 만료를 사흘 앞두고 결국 강행 처리를 택했다. 

 아베는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가케학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모죄 법안 통과를 강행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15일은 가케학원 특혜가 “총리의 뜻”이라는 문부과학성 문건이이 당초 정부 주장과는 달리 실재한다는 재조사 결과가 발표된 날이기도 했다. 다음달 초 치러질 도쿄도의회 선거에서는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이끄는 ‘도민 퍼스트회’가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을 앞서고 있다. 법안으로 관심을 돌려 도의회 선거에 아베 스캔들이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일본의 형사법 체계는 크게 바뀌게 됐다. 범죄를 실행하지 않고 모의만 해도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집단이 단체로 중대범죄를 계획하고, 이들 중 1명이라도 범행을 준비한 경우 가담한 전원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 법안이 사람의 생각까지 처벌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국민 모두를 감시하는 수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법안이 정한 중대범죄의 종류가 277개에 달한다는 것도 문제다. 범죄조직원이 아닌 보통 사람들도 조사대상인지, 해석 여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많다. 범죄 ‘준비 행위’인지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될 경우 법의 적용 대상이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 탄압과 비판여론 봉쇄에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앞서 세 차례나 법안이 폐기됐던 것도 공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조셉 카나타치 유엔 인권이사회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도 지난달 18일 아베 총리에게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반대 서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