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우려가 커지는 것을 틈타 헌법개정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개헌안에 들어있는 ‘긴급사태 대응’을 신종 코로나 대응과 연관지어 개헌론을 전진시키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이다. 야당 등에선 “인명 문제를 개헌에 악용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3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총무회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에서 이런(감염증) 사태에 곧장 대응할 수 있는 재량을 정부에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해 큰 재해가 발생했을 때 내각의 권한을 강화하는 ‘긴급사태조항’ 신설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전 중의원 의장도 같은 날 “현행법 체계상 본인의 동의 없이는 중국에서 돌아온 분들을 일정 기간 호텔에 머물게 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개헌 문제를 거론했다. 일본에선 지난달 29일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전세기편으로 1차 귀국한 일본인들 가운데 2명이 바이러스 검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자민당은 2018년 3월 △자위대 설치 근거 조항 명기 △긴급사태 조항 추가 △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 무상화 △참의원 선거구 조정 등 4개 항목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확정했다. 긴급사태조항은 대지진을 비롯한 대규모 재해 시 내각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긴급 법령을 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대규모 재해에 준하는 긴급사태로 보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부키 전 중의원 의장은 “(신종 코로나 대책이) 헌법 개정의 하나의 큰 실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긴급사태 대응 논의를 고리’로 답보 상태인 개헌 논의를 움직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 들어서도 임기 중 개헌 의지를 수 차례 표명하면서 국회 헌법심사위원회에서의 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좀체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야당은 “너무 나간다”고 반발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사람 목숨에 관한 문제를 개헌에 악용하려는 자세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개헌 논의에 이해를 표하고 있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지로(玉木雄一郞) 대표조차 “갑자기 개헌 얘기로 가져가기보다 현행법으로 가능한 걸 해야 한다”도 지적했다. 개헌에 신중한 연립여당 공명당도 “평상시에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냉담한 반응이다.
자민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참의원 간사장은 “감염증 문제는 현재 진행형인 사태로 (개헌과는) 떼내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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