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기자회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곤 전 회장이 레바논 도피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일본 사법제도를 비판한 직후 신속하게 반박 기자회견을 여는 등 국제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레바논 등 관계국·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곤 기자회견 직후 이례적인 반박 회견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상은 9일 새벽 0시40분 기자회견을 열고 곤 전 회장에 대해 “도망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내외를 향해 우리나라(일본)의 법 제도와 운용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고의로 퍼뜨리는 것은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곤 피고는 혐의가 있는 경제 범죄에 대해 결백하다고 말할 게 있으면 우리나라의 공정한 형사사법제도 아래 정정당당하게 무죄를 증명했어야 하지만 국외로 도망가 형사재판 그 자체로부터 도피했다. 어느 나라의 제도하에서도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곤 피고는 주장해야할 것이 있으면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에서 공정한 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릴 것을 강하게 바란다”고 했다.
모리 법무상의 기자 회견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이뤄진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이뤄졌다. 이례적인 새벽 반박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일본의 주장을 신속하게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사이토 다카히로(齋藤隆博) 도쿄지검 차석검사도 이날 새벽 일본어와 영어로 성명을 내고 “곤 전 회장의 회견 내용은 자신의 행위를 부당하게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곤 전 회장의 범행은 적절한 수사를 거쳐 소추된 것으로 닛산과 검찰에 의해 조작된 소추라는 주장은 불합리하고 완전히 사실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곤 전 회장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형사 사법제도를 부당하게 깎아내리는 것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에서 재판을 받게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제휴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도쿄지검이 곤 전 회장의 도주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 5일에 이어 두번째다. NHK는 성명을 일본어와 영어로 홈페이지에 게재해 일본 사법제도의 정당성을 국제 여론에 호소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는 난항 예상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NHK는 전했다. 곤 전 회장의 도망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신병 인도를 위해 레바논 정부를 비롯한 관계국과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과를 끌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일본 정부는 곤 전 회장의 도망 직후부터 레바논 정부와 다양한 수준에서 의사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에는 경제 협력 실적이 크게 없어 일본이 기대하는 대응을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사법당국도 경찰청을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에 신병구속을 요구하는 국제수배를 요청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는데다 레바논에는 곤 전 회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뿌리깊고 자국민을 외국에 인도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내법도 있어서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곤 전 회장이 일본에 돌아오지 않으면 재판은 열리지 않는 셈이다.
앞서 곤 전 회장은 8일 오후 10시(일본 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뒤 “일본 사법제도는 기본적인 인권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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