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보석 중인 피고가 도주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를 부착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65)이 보석 중에 해외로 도주하면서 사법 당국의 감시망에 구멍이 뚫리자 뒤늦게 제도의 허점을 정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현재 형무소 등에서 도주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형법상 ‘도주죄’를 보석 중 도주에도 적용하는 등 대책을 강화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곤 전 회장처럼 최근 보석 중인 피고가 도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현행 형법상 도주죄는 형무소 등의 형사시설이나 경찰서 등의 구류시설에서 신체가 구속된 용의자와 피고 등이 도주할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1년 이하의 징역이 부과된다. 하지만 보석 중 피고가 도주하는 경우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법무성은 이르면 2월 곤 전 회장처럼 보석 중에 도주한 경우에도 도주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형법 개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형사소송법에는 재판소(법원)로부터 증인으로서 출석 명령을 받았는데도 출두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규정이 있다. 이 역시 보석 중인 피고 등이 출석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는 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보석 중인 피고에 대해서도 같은 처벌 규정을 만드는 것도 검토할 전망이다.
이 같은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 곤 전 회장의 경우에도 도주죄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이 해외로 도주하는 경우는 신병 구속이 어렵다.
이에 따라 GPS 단말기를 부착시켜 보석 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런 방안도 법제심의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모리 마사코(森 雅子) 법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GPS 부착도) 의제의 하나로, 현재 검토하고 있는 논의를 가속시킬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자가용 비행기의 보안 검색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반 항공기의 경우 납치 방지 등을 위해 각 항공사가 의무적으로 보안 검사를 해야 하고 정기편 승객의 화물은 엑스(X)선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용 비행기의 경우 검사할지 말지를 기장이 판단하게 돼 있다. 곤 전 회장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에서 보안 검색을 받지 않고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곤 전 회장의 도주 과정을 돕던 조력자들이 미리 일본을 20차례 이상 방문했으며 일본 공항 10곳 이상을 답사한 후 간사이공항의 경비가 허술하다고 판단해 곤 전 회장의 출국 경로로 활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보도했다.
한편 곤 전 회장은 8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0시)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곤 전 회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축출하기 위해 닛산이 쿠데타를 벌였다는 실질적 증거와 서류들이 있다.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이름들을 밝힐 것이며 여기에는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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