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고령화로 반려동물 못돌보는 ‘다두사육붕괴’ 늘어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서 혼자 사는 남성(66·무직)의 집은 지난해 봄 100마리 이상의 개들로 가득찬 상태가 됐다. 10년 전 수컷 개를 주워 온 뒤 친척으로부터 떠맡은 암컷 개 사이에 새끼들이 잇따라 태어났다. 이웃들로부터 “새벽부터 우는 소리로 시끄러워서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나마 동물애호단체가 지원에 나서면서 현재는 약 60마리로 줄어들었다. 이 남성은 “개가 아이같아서 귀엽다”면서도 “돈이 없어 (불임) 수술도 할 수 없었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반려동물의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개나 고양이로 가득한 주택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개나 고양이가 너무 늘어서 관리가 불가능해진 탓에 주변 이웃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된 세대가 작년 한 해에만 2000세대가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에서 ‘다두(多頭) 사육 붕괴’ 로 부르는 상황으로, 사육주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고령이 되면서 반려동물을 충분히 돌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환경성이 지난해 10월 광역자치단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과 정령시(政令市) 등 120개 지방자치단체를 설문 조사한 결과 복수의 주민으로부터 ‘다두사육붕괴’로 인한 민원이 제기된 세대는 2064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려동물이 ‘10마리 이상 30마리 미만’이 543세대로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30마리 이상’도 134세대였다. 민원이 있었지만 사육주에게 제지당해 주택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경우 등 실태가 불명확한 사례도 33세대였다.
 또 과거 5년 간 문제가 있었던 368건을 분석한 결과 ‘10마리 이상 30마리 미만’이 51.6%를 차지했고, 53.0%가 주인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여서 반려동물의 거세·불임 수술 비용 등을 마련할 수 없었다. 사육주가 70세 이상이 31.5%, 단신 세대가 45.9%였다.
 ‘다두 사육 붕괴’는 사육주가 반려동물을 적절히 보살필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반려동물들이 이상 증식하는 상태다. 사육주가 자신의 사육 능력 유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결국 경제난에 시달리던 사육주가 반려동물들을 방치한 채 이사가는 바람에 자원봉사자들이 반려동물들을 돌보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가 사육주들에게 사육 환경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수는 있지만, 사육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뾰족한 대책을 취할 수도 없다. 동물애호단체인 ‘냐이루도하토’의 아가리에 루미코 대표는 “주인은 (반려동물을) 귀여워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환경성은 4월에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에 지자체를 위한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동물애호라는 관점과 함께 사육주의 복지에도 지원을 진행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은 가정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의 수가 어린이보다 많다. 일본 펫푸드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현재 고양이는 977만8000 마리, 개는 879만7000마리로 합치면 1857만5000 마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4월 현재 15세 미만 인구 1541만명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Posted by fontif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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