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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김진우의 도쿄 리포트

일본 열도를 달구는 무서운 '중딩'들

 일본 열도가 ‘중딩(중학생)’들의 활약에 들썩이고 있다. 

 ‘중딩 돌풍’을 이끌고 있는 것은 나고야(名古屋)대 부속중 3학년인 프로 장기(將棋) 기사 후지이 소타(藤井聰太) 4단이다. 후지이는 2003년 7월19일생으로 만 14세다.  

 후지이는 7일 오사카의 간사이장기회관에서 열린 ‘조슈(上州) 야마다 첼린지배’에서 1~3회전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데뷔전 이후 공식전 연승 기록을 23연승으로 경신하면서 역대 3위에 올랐다. 역대 최다 연승은 카미야 히로시(神谷廣志) 8단이 1987년 기록한 28연승이다. 당시 26세였다. 

 후지이는 ‘천재 기사’로 불리우면서 일본 장기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10월 프로가 되는 4단으로 승격, 14세 2개월 나이로 최연소 프로 장기 입문 기록을 세웠다. 14세 5개월이던 12월에는 데뷔전에서 승리, 일본 프로 장기 역사상 최연소 승리 기록을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상찬 일색이다. 후지이와 비공식 전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은 타이틀 ‘3관왕’ 하부 요시하루(羽生 善治)는 마이니치신문에 “기세만 있는 게 아니다. 저력이라고 해야 할까 힘이 있어서 공격이 매우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다니카와 코지(谷川浩司) 9단은 “하부 3관왕은 10 대 시절 상당히 거친 장기였지만, 후지이 4단은 의문수나 악수를 손에 꼽을 정도밖에 두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바닥을 알 수 없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중학생 기사의 신기록 행진에 일본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장기연맹은 지난 7일 도쿄와 오사카의 장기회관에서 후지이가 선택한 ‘큰 뜻(大志)’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부채를 판매했다. 타이틀 보유자 등 일류 기사가 제작하는 부채를 신인이 제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부채는 판매 1시간만에 준비한 100개가 전부 매진됐다. 

 어린이 장기 교실의 신규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장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장기 어플리케이션인 ‘장기 오즈’ 는 올 들어 신규 회원 등록자수가 30만명에 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회사 측은 “후지이 4단의 활약에 젊은 세대나 여성들이 장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후지이는 오는 10일 도쿄 장기회관에서 열리는 연승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도 ‘중딩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폐막한 2017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선 하리모토 도모카즈(張本智和)가 남자 단식 8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리모토는 2003년 6월27일생으로 만 14세다. 

 하리모토의 부모는 탁구 선수 출신의 귀화한 중국인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2세 때부터 탁구 라켓을 잡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주니어탁구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조승민을 꺾고 ‘13세 163일’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이어 생애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에이스 미즈타니 준(세계 랭킹 6위)을 64강에서 누르는 등 파란을 일으키면서 8강까지 진출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들 ‘신동들’의 활약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타고난 ‘천재성’을 그 이유로 들면서도, 집중적인 육성 프로그램의 효과도 거론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유소년 선수 양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