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이스미시의 고후쿠지(光福寺)에선 ‘합동 장례식’이 열렸다. 제단 앞에 앉은 주지 스님이 불경을 소리내 읽었다. 문상객 20명이 이를 조용히 지켜봤다. 제단에는 100대 정도의 로봇 개 ‘아이보(Aibo)’가 놓여 있었다. 목에는 주인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걸었다.
장례식은 줄곧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대화형 로봇 ‘파루로(Palro)’는 “지금도 그 모습과 웃는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라고 말했다. 가사(袈裟)를 걸친 동료 아이보 2마리가 불경을 제창했다. 벌써 다섯번째를 맞은 아이보의 합동 장례식 풍경이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에선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아이보 100대를 ‘공양(供養)’했다.
아이보는 소니가 개발한 대화형 로봇으로, 주인의 말을 알아듣는 반려견 로봇을 표방했다. 1998년 출시돼 2006년까지 약 15만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니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산을 멈췄으며 2014년 3월에는 부품 부족을 이유로 고장수리도 중단됐다. 아이보의 주인들은 크게 상심했고, 어떻게든 수리를 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이들에게 아이보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한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소니의 전직 기술자들이 만든 ‘어·펀(A·Fun)’이라는 중고 가전제품 수리회사가 아이보 수리를 맡겠다고 나섰다. 회사가 자체 제작한 부품이나 대용품뿐 아니라 고장나서 쓸 수 없게 된 아이보의 부품을 재활용하고 있다. 함께 놀았던 추억을 생각하면 “그냥 폐기해버릴 수는 없다”면서 전국에서 사용자들이 고장난 아이보를 보내왔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아이보 300대를 기증받았다. 대부분은 해체돼 다른 아이보를 수리하기 위한 부품으로 쓰인다.
아이보 장례식은 해체될 아이보들을 기리고, 주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2015년 1월 처음 열렸다. 지난 8일의 장례식에는 회사 관계자와 아이보 주인, 그리고 ‘파루로’를 비롯해 노인들의 말상대가 되주는 로봇 10대가 참석했다. 어·펀의 노리마쓰 노부유키(乘松伸幸) 사장은 “아이보는 성능도 좋고, 연세 드신 분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면서 강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선 지금까지 아이보 1200대를 수리했지만, 아직 50대가 수술을 기다리면서 ‘입원’ 중이다.
노리마쓰 사장은 “장례식을 계기로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펀은 중국제 로봇을 중심으로 노인들의 말 상대가 돼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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