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에서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의를 확정도 되기 전에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벚꽃을 보는 모임’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외교에서 득점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5일 일본 내각홍보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도쿄에서 열린 내외정세조사회 강연에서 “크리스마스 이브(24일)에는 청두에서 일·중·한 정상회의에 출석하고, 이 기회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일·한 정상회담도 할 예정이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연말까지 양국 간 외교에도 전력투구하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베 총리 말대로 24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면 두 정상은 지난달 4일 태국에서 ‘11분 환담’ 이후 다시 만나게 된다. 정식 정상회담은 2017년 9월 이후 2년3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양국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 예정을 일방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 측은 아베 총리의 언급에 대해 “최종적으로 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이 확정된 것처럼 언급한 데는 국내 여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는 총리 주최의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지지율이 5~7% 급락하는 등 궁지에 몰려 있다. 외교에서 ‘뭔가 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의혹을 빨리 덮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악화된 한·일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한·일 정상회담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아베 총리가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줄곧 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13일 강연에서도 “일·중 관계가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내년 봄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을 일·중 신시대에 어울리는 뜻있는 방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일본인 납치문제, 러시아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반환 문제가 전혀 진척이 없는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한·러시아 문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성과 없이 ‘뭔가 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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