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에서 16일 열린 국장급 한·일 정책대화는 일본 측이 한국 측을 노골적으로 냉대했던 7월 과장급 실무회의에 비해 우호적 분위기로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 도쿄 경제산업성 본관 17층 제1특별회의실에서 시작된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는 한국 측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 8명, 일본 측에선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등 8명이 참석했다. 수출통제 관련 협의를 위한 양국간 국장급 정책대화는 2016년 6월 이후 3년 반 만이다.
이날 회의실 풍경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직후인 7월12일 열렸던 과장급 실무회의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 과장급 실무회의는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회의실에서 열렸고, 회의 테이블도 이동형 책상 2개를 맞붙여 만든 것이었다. 바닥에는 기자재 파편들이 흩어져 있는 등 청소도 제대로 안돼 있었다. 만남의 성격을 ‘실무급 설명회’로 격하시킨 일본 측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반면 이날 회의에 사용된 회의실은 장관 주재 회의 때도 사용되는 곳으로, 회의용 마이크가 설치된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일본 측은 온수 포트 4개와 커피, 생수 등도 준비해놓았다.
일본 측 대표단은 회의 시작 6분 전에 입장해 한국 측 대표단을 서서 기다렸다. 모두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었다. 7월 회의 때는 정장을 갖춰 입은 한국 측과 달리 일본 측은 셔츠 차림에 팔 소매를 걷은 모습이었다.
일본 측 수석 대표인 이다 부장은 잠시 회의실 밖에 서 있다가 한국 측 대표단이 나타나자 회의실로 돌아와 한국 측을 맞았다. 이 국장과 이다 부장은 회의장 입구에서 가볍게 웃으며 악수했다. “굿모닝”이라고 짧은 인사도 주고받았다. 일본 측은 한국 측이 회의장에 착석하자 자리에 앉았다. 최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한국 측을 맞이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회의 때 한·일 양측은 서로 인사나 악수도 하지 않았다. 일본 측은 한국 측이 입장할 때 착석 상태에서 대기했고, 한국 측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 보복 조치인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양국의 냉랭한 관계가 반영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정책대화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조건부 유예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일본 제소 절차를 중단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수출규제 갈등 해소를 위해 열렸다는 점에서 7월 회의 때보다는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다만 회의를 앞둔 한·일 대표단의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미소를 짓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양측은 취재진의 사진 촬영을 위해 약 1분간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있다가 곧바로 비공개 회의에 들어갔다.
이날 회의에 대한 양국의 ‘온도차’를 반영하는 장면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대화를 계기로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해 지난 7월 이전 상태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일본 측은 수출규제는 한국의 무역관리 체제 운용 상황에 맞춰 자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수출관리는 국내 기업과 수출 상대국의 수출관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운용한다는 방침으로, 애초에 상대국과 협의해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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